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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일정 취소·귀국… 바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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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일정 취소·귀국… 바쁜 움직임

입력
199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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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권에 속한 회장들은 해외출장 등 여유검찰의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수사가 관련 대기업으로 본격 확대되면서 재계총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총수들은 우선 3일 전경련주최 30대그룹 중진회의를 통해 이번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재계 전체의 자정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또 개별적으론 해외출장 및 귀국일정등을 변경하면서 검찰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등 만약에 튈지도 모를 불똥에 대비하고 있다.

첫번째 소환대상으로 꼽히는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은 7일 「신병치료 및 요양차」 하와이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출국금지조치로 발이 묶인 상태. 정총회장은 2일 한보철강이 조성중인 충남당진 대단위 철강단지로 내려갔는데 통상 하루정도 묵고 귀경하는게 상례여서 최소한 3일 상오까지는 검찰소환이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한보는 정총회장 부재중에도 계열사사장단 및 고문변호사회의를 통해 초읽기에 들어간 검찰소환에 대비중인데 정총회장은 측근들에게 『3백69억원이 전부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고 한다.

노씨의 사돈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있는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은 김영삼 대통령 캐나다방문 수행후 미국에 머무르며 사장단회의까지 소집했었으나 30대그룹 중진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2일 하오 급거 귀국했다. 최회장은 1일 전경련회장자격으로 이번 회의소집을 긴급 지시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최회장이 재계 전체의 대표로서 공개적인 재계의 자정모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회의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재벌그룹들이 스스로 과거를 반성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의미도 있다』면서 『당초 우려처럼 선경그룹이나 최회장이 직접 화를 입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사돈기업으로 비자금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신명수 동방유량회장은 해외 및 지방출장등을 일체 삼간채 집무실을 지키면서 사태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 체류중이던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당초 2일 귀국예정이었으나 바로 전날 일정을 변경, 폴란드로 출발했다. 불과 10여일전에 들렀던 폴란드를 김회장이 갑작스레 재방문하는 것에 대해 대우측은 『폴란드대통령선거로 민영화대상 국영기업인 FSO자동차회사를 인수하는 문제가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사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자금사건과 우리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영국 윈야드 전자단지 준공식 참석후 일본에 머무르고 있던 이건희 삼성그룹회장도 전경련 중진회의참석을 위해 2일 하오 급거 귀국했다. 이회장은 당초 지난달 27일께 돌아와 대규모 그룹사장단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귀국일정이 미뤄져 내주초 귀국할 예정이었다. 이회장은 이날 귀국후 『삼성그룹이 노씨에게 성금을 준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돈을 줄 것 같으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지난달 20일 대수로건설현장 시찰차 리비아로 떠났는데 정확한 귀국일자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다만 10일 이후가 될 것으로 그룹측은 내다봤다. 조중훈 한진그룹회장과 이동찬 코오롱그룹회장등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구본무 LG그룹회장과 박건배 해태회장은 프로야구단 구단주자격으로 한·일 슈퍼게임참석차 이날 일본으로 출국, 비자금파문의 「무풍 지대」로서 여유를 보이고 있다. 현정부 출범이후 총수들이 옥고까지 치르는 「된서리」를 맞았던 일부 그룹은 『일사불재리』라며 일단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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