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흉내내기대회가 런던에서 개최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채플린은 아무도 모르게 익명으로 그 대회에 참가했다. 특유의 콧수염과 통바지와 검은 모자는 물론, 지팡이까지 든 참가자가 채플린 자신을 포함하여 수십명이나 무대에 나와 각자의 기량을 한껏 발휘했다. 물론 채플린도 평소의 자기 모습 그대로 나와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를 재현해 보였다.그러나 심사결과는 의외로 겨우 3등에 그치고 말았다. 나중에 그가 그 대회에 참가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심사위원들은 모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자신들이 심사위원이었던 것을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며 몸둘 바를 몰랐다고 한다.
우리 역시도 선거때가 되면 매번 심사위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기껏 뽑았다는 게 「백담사 대도령」이나 보통사람이라고 자처했던 「돈태우 대도령」같은 분들만 뽑아 왔다. 그렇다면 그런 분들만 뽑았던 우리 심사위원들은 아무런 책임도 없단 말인가? 가롯 유다는 은전 30냥에 스승을 팔아 먹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우린 그런 대도령들을 뽑아 놓고도 단 한번이라도 후회를 하거나 부끄러워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러고도 세계화를 지향해 갈 수 있는 선진국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필자는 유다의 최후를 위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총선이 있고 또 금방 대선이 다가온다. 그러면 우리는 또 심사위원으로 발탁되어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늘 움츠리고만 있던 어깨를 활짝 펴보이면서 한껏 뒤로 젖히고는 국회의원후보들과 대통령후보들로부터 도도한 자세로 악수와 인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제발 이번만은 가짜 채플린을 뽑는 그런 멍텅구리같은 심사위원은 되지 말자. 그리고 두 대도령을 질타하기 전에 우리도 한번쯤은 자신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그런 현명한 국민이 되어 보자.<이진수 연극배우>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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