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연출·탄탄한 연기력 돋보여/사건전달에 그친 극전개엔 아쉬움장정일의 소설이 충무로를 거치며 포르노만 남았다면 대학로에서는 우화만 남았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는 그의 소설을 올해들어 세번째로 무대화한 연극이다. 이번엔 장정일이 처음으로 희곡을 직접 썼고 내년 촬영을 예정으로 시나리오도 작업중이다.
잇달아 다른 장르에 원작을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먼저 (연극계나 영화계에) 창작대본이 없는 탓이고 두번째로 인생유전의 이야기가 극적인 재미를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왜 장정일인가」 하는 물음의 대답은 그의 도발적인 상상력이 핵심일 것이다.
「너희가…」에도 사랑하는 여자의 언니와 결혼한 심진래, 부하직원에게 테니스와 체중조절을 강요하는 남부장, 소설가였다가 혼음과 마약이 난무하는 재즈 바에서 출구를 찾는 조사명등 개연성을 뛰어넘는 인물들의 인생유전과 성적인 삽화가 담겨 있다. 소설에서 작가는 한 대상을 계속 다르게 묘사하는 「재즈적 변주」를 구사했다. 인간의 삶이 불확정적이고 미완성이므로 완결적 소설구조를 지양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그 언어적 울림이 같을 수 없었다. 연출자 황동근은 삶의 불확정성보다 조직과 생활에 얽매인 현대인을 부각시켰다. 작품을 구축해가는 치밀한 연출솜씨와 배우들의 연기력은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우화 속에 날카로운 진실을 담기보다 사건만 차분히 전달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12월17일까지(하오 7시30분 토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 월휴관) 동숭스튜디오 씨어터. 741―3391<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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