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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안재현 수도권 취재본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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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안재현 수도권 취재본부장(메아리)

입력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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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났다』 『철들지 않았다』는 말은 어렸을 적 할아버지나 부모님등 어른들로부터 듣던 말이다. 철들었다는 말은 「어떤 일을 당해 주위를 생각하고 또 앞일을 미루어 볼 줄 아는 것」 정도로 통용됐다. 「철」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이다. 그러나 「철들자 망령」이란 말처럼 철들기는 쉽지 않고, 또 나이나 학력·지위등에 비례하지도 않는 모양이다.「철이 난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 요즘 전직 대통령비리를 보며 실감난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치르던 해부터 5년간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모금과 특혜의혹·축재등에 경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하고 분해하는 것은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철들지 않은 지도자를 세운데 대한 자탄이다. 나라의 최고책임자였던 그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기록되어 간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과 주위의 이익만 챙긴 꼴이 됐다.

엄청난 비자금파문이 터져나온 후 그래도 우리 국민들 한편에서 남겨두고 싶어했던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런 그가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 온 국민의 관심은 이 사건의 처리과정, 처리결과에 쏠려 있다. 노태우씨는 지난번 대국민사과문에서 「국민이 내리는 어떠한 심판도 달게 받겠으며, 어떠한 처벌도 돌팔매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종교계내에서도 죄인을 향해 든 분노의 돌팔매를 우리속의 죄성을 돌아보고 이 땅에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없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자는 기도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노태우씨 구속처벌 기도회를 갖고 노씨가 비자금의 조성경위·사용처·대선지원금 내역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장로인 김영삼대통령은 「간음한 여자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라는 성경구절이 있지만 정치적 흥정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돌팔매를 날릴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다시 어물쩡 정치적 타협이 있어선 안되며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심정이다. 정권교체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었다. 이제 크고 작은 비리는 멀잖아 고개들어 소리친다는 교훈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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