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정 대부분 양손 무릎에 모은 자세/미묘한 부분에선 “기억 안난다” 언급회피노태우 전 대통령이 1일 검찰조사를 받으며 보인 태도는 「자세는 공손했으나 답변 내용은 불성실」로 요약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상오10시께 대검 1113호 VIP용 특수조사실에 입실하면서 사건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과 김진태 대검연구관, 그리고 참여계장에게까지 가벼운 목례를 보낸 노씨는 신문과정 내내 양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모은 겸손한 자세를 거의 풀지 않는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크게 내비치지 않았다.
말투도 낮은 톤으로 부드럽고 공손했으며 간혹 날카로운 추궁조의 질문이 검사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도 동요하지 않은 채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다만 두 신문검사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질 때는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간간히 창밖을 보거나 천장을 올려다 보며 시간을 둔 뒤 질문의 예봉을 피해가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손한 답변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지낸 관록답게 정확하고 간결한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설명이나 설득조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의 검찰 신문에서는 이럴 경우 조사관이 말을 끊고 질문의 핵심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검사등은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고려, 답변을 막지 않고 끝까지 노씨의 말을 경청했다. 노씨는 또 자신의 설명을 납득시키려고 노력할 때는 질문을 던진 당사자가 아닌 옆 검사를 쳐다보며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며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씨의 겸손하고 공손한 답변 태도에 비해 내용은 별로 알맹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사안이 미묘하거나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의 확인 추궁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피해나갔다. 또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대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자주해 수사검사들을 난처하게 했다. 비자금이란 표현 대신 대국민사과성명에서 밝혔던 「통치자금」이란 용어를 계속 사용했다.
노씨는 검찰의 신문이 모두 끝난 뒤에는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문부장검사의 인사에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며 조사실에 있던 모두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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