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에 걸쳐 번번이 의혹의 핵으로 떠올랐었고 6공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하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의심을 사고 있던 이원조씨에 대해 검찰이 『고발이 되었으니 마땅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이씨 조사를 미룬 것은 검찰이 수사대상을 축소하고 사건처리를 정치적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족했다. 이씨에 대한 조사의사는 성역없는 수사를 위한 검찰 의지의 일단이라 믿고 싶지만 과연 얼마만큼 성의를 다하는지 지켜볼 것이다.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조사는 건국후 반세기에 걸쳐 뿌리내린 대한민국 전체의 총체적 부조리와 구조적 비리를 검찰수사의 도마위에 올려 놓고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부한다는 뜻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검찰의 태도는 국민을 실망시킬 수 있는 몇가지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항간에 노전대통령이 절에 갈 거다, 권유망명을 할 거다, 일단 사법처리된 후 사면될 거다 하는 식으로 결과를 예단하는 말들이 나돌았던 것은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에 합당한 수사를 하고자 한다면 그 수사 대상을 이른바 통치자금과 대선자금, 개인 비자금, 개인적인 부정축재와 6공비리로 불리던 각종 의혹사건등을 전부 망라하는 전면적인 것으로 확대시켜야 하고 그러자면 수사대상 인물도 주요 측근들과 친인척등 주변 인물들을 모두 포함시켜 광범한 소환 조사를 병행시켜 나가야 한다.
노전대통령이 정치자금과 대선자금은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개인축재 부분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조사과정에서도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은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측근과 친인척등 주변관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순리다.
파문을 축소시켜 빨리 평온을 되찾자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 이번 조사는 국가원수였고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전직 대통령을 검찰에 직접 출두시킴으로써 건국이래 겹겹이 때끼고 골수에까지 뿌리내린 국가적인 부패구조를 백일하에 드러내고 청산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노전대통령 개인이나 정치권에 대한 파문 같은 작은 일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문자 그대로 성역없이, 한점 의혹없이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비단 이원조씨뿐 아니라 6공 측근과 친인척등 주변인물들 모두에 대한 광범한 조사가 지체없이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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