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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는 검찰권집행 시금석/노씨 검찰 소환­사법적 차원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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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는 검찰권집행 시금석/노씨 검찰 소환­사법적 차원 의미

입력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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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불명예 씻을 다시없는 기회/꼬리자르기식땐 되레 더큰 부담1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수사라는 정치적 측면 외에도 「사정에 성역이 없다」는 검찰권의 정립등 사법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의 검사들은 이를 잘 의식하는 듯 이번 사건의 처리결과에 검찰의 사활이 달려있다는게 한결같은 이야기다. 과거 정권하에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불명예를 씻고 정치권력에 초연한 검찰상을 정립하느냐, 아니면 정치 예속화의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느냐가 이번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정치자금조성 문제를 공식적으로는 처음 수사대상에 올리고 사실상 초법적 지위를 부여해 온 전직대통령을 가차없이 검찰청사로 소환, 엄정하게 죄책을 추궁함으로써 외형상 검찰의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게 됐다.

검찰이 과거 국가 최고통치자를 소환, 조사했다는 것은 단지 우리사회구조에서 암암리에 인정돼 온 성역중의 성역 한부분을 허물었다는 평면적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자신의 직위를 이용, 부정을 저질렀을 경우 예외없이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만인앞의 평등이라는 법정신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친인척이나 고위인사가 저지른 범죄의 꼬리만 보아도 덮어버리곤 했던 과거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12·12와 5·18 고소·고발사건 수사때 전두환, 노태우 두전직대통령들에 대해 서면조사로 어물쩡 넘어갔던 최근의 검찰 모습과 비교해봐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검찰이 노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규명등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검찰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도 이번 수사에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는 노씨의 자금조성과정상 불법성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부정축재」범죄로 몰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정권과도 끈을 대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금융가의 황제」이원조 전 의원에 대한 조사가 증거확보 미비를 이유로 미뤄지고 있고 여·야정당에 대한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변죽만 울리고 있는 점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검찰이 현정권의 입맛대로 수사를 진행, 현정권에게로 비화될 수 있는 정치자금문제등에 대한 꼬리자르기를 시도함으로써 이번 수사가 정치권에 의해 정계개편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검찰권 행사의 엄정함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고 본연의 검찰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위기로 뒤바뀔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검찰이 법과 원칙에 충실한 사법의 수호자로서 거듭나느냐, 아니면 정치권력의 굴레를 벗지 못하게 되느냐는 순전히 검찰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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