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바이올린 제작학교 설립자·교장/75년 학생 8명으로 시작 올해 개교 20돌/제자교육·악기제작 자식키우는 열정으로/지금은 한국·불 등 각국서 유학생 몰려와바이올린 제작학교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시카고 바이올린 제작학교의 설립자이자 교장은 한인 이민1세 이주호(63)씨다.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아름다운 선율, 미려한 외관을 갖춘 연주하기 편한 바이올린을 생산하는 학교로 그 성가가 높다.
예술혼과 창조성을 바이올린 제작의 제1덕목으로 강조하는 그의 학교는 75년 8월 설립이래 꾸준히 성장해 왔다. 설립당시 8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그의 학교는 이제 미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한국을 비롯, 프랑스·스위스·불가리아·온두라스등 각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는 한국 유학생 6명을 포함, 24명의 학생이 4명의 교수진으로부터 악기제작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실기위주의 악기 제작에 중점을 두면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3년반동안 악기제작이론·제도·연주이해능력·악기역사·앙상블등의 과목을 이수케 하고 있다. 학생들은 또 7학기 동안 적어도 바이올린 4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를 완성해야 한다.
서양화가 할아버지와 조각가 아버지의 내림으로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이씨는 서울 경동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육군군악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육군교향악단 단원과 KBS라디오 심포니 단원으로 바이올린 연주자 생활을 하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주보다는 악기 자체에 매혹됐다. 당시 국내에는 바이올린 제작자란 아예 있지도 않던 시절이어서 순전히 혼자 힘으로 고장난 친구의 바이올린을 고쳐주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향한 그의 정열과 사랑은 독학자의 취미나 기호에 그치기에는 너무 뜨겁고 컸다. 64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200년 전통의 독일 미텐발트 국립 바이올린 제작학교에 유학한 그는 4년뒤인 68년 독일정부가 수여하는 장인의 최고 영예인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했다. 70년초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시카고의 케네스 워런 악기사에서 일하다 후학양성을 위해 바이올린 제작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그는 슬하에 혈육이 없다. 지금까지 제작한 230여점의 악기가 그의 영혼의 자식이다. 그리고 예술혼을 물려준 제자들이 그의 정신의 자녀다. 지금이나 젊었을 때나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는 그의 변치 않는 꿈이다.<시카고 지사="박우성" 기자>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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