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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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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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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황제 칼리굴라만큼 돈에 사로잡혔던 통치자도 드물다. AD 37∼41년까지 재임했던 그는 네로황제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폭군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 모았다. 그는 모은 돈을 때때로 넓은 방에 산처럼 쌓아놓고 「황금충」처럼 그 위를 맨발로 걸어다니거나 뒹굴며 피부로 느끼며 즐겼다. ◆그의 수금방법은 오늘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자신의 생일이나 딸의 탄생 등을 빌미로 돈을 거두어 들인 것은 물론 부자를 식사에 초대해 돈을 받았다. 「헌금」에 성의를 보이지 않거나 반감을 품고 있는 사람 등을 처리하기 위해 「검」과 「단도」란 이름의 두 권의 살생부까지 마련했다. ◆이처럼 돈의 노예가 됐던 그도 그의 자금조성을 항상 옆에서 도왔고 그를 경호했던 경호부관 등에 의해 29세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부패정권의 당연한 말로였다. 평소 부하들을 모욕하고 인색하게 굴었던 것이 재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노태우 전대통령의 엄청난 비자금 의혹은 칼리굴라를 떠올리게 한다. 온갖 명목으로 재벌을 청와대로 불러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것이나 비자금 전모가 항상 그를 옆에서 보좌하고 경호했던 경호실장 등에 의해 밝혀져 막다른 길을 가게 된 점 등은 1950여년 전의 역사를 오늘에 다시 보는 것 같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는 아마 칼리굴라도 놀라겠지만 국민들도 충격과 분노, 그리고 허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비자금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개혁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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