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생산하는 제품, 다른 제품도 아닌 식품을 가지고 서로 「고름」이 들었다고 비난하는 우유업자들의 파렴치한 싸움에 온국민이 구역질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동으로 세상이 뒤숭숭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우유가 「고름우유」라니, 모두가 미쳐서 돌아가는 듯한 위기감까지 느끼게 된다.고름우유 소동은 며칠전 TV보도를 통해 터져 나왔다. 유방염에 걸린 젖소들이 많아서 젖을 짤때 고름이 섞여 나오므로 단속기준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염증이 심한 소의 유방을 절제하여 고름이 군데군데 고여있는 사진까지 보여 주었는데, 이제 우유를 어떻게 마시나 걱정스러울만큼 끔찍했다.
그 보도가 나가자 몇몇 우유회사들은 자기회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파스퇴르 유업은 『…유방염 소에서 나온 고름속의 세균은 초고온 살균으로 죽지만 고름 자체는 어디로 갑니까. 안심할 수 있는 우유는 파스퇴르밖에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며칠후에는 한국유가공협회 이름으로 『파스퇴르 우유는 고름우유임이 밝혀졌습니다』라는 전면광고가 각신문에 실렸다. 『파스퇴르는 고름우유는 절대 팔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파스퇴르 우유 한병에 수천만개의 체세포가 들어 있는데,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습니까』라는 내용이다.
보다 못한 보건복지부가 10월30일 그같은 비방광고를 중단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31일자 신문에도 여전히 고름우유 전면광고가 실려있다. 소비자들은 우유를 마시는 아침식탁에서 조간신문에 실린 고름우유 전면광고를 보면서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젖소의 우유에서도 ㏄당 20만∼40만개 정도의 체세포가 나오며, 체세포가 곧 고름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왜 우유업자들끼리 「체세포=고름」이라고 싸우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와 유가공협회는 하루빨리 소비자들의 구역질을 진정시켜야 한다. 유방염에 걸린 소가 과연 얼마나 있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우유의 품질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려서 안심하고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어린 자녀들이 우유를 안마시려 하고, 마시다가 토하기까지 한다고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있는데, 지난 며칠사이 우유소비량이 5%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제 우유장사는 모두 걷어치울 작정인가. 빨리 이성을 찾아서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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