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 피한다면 해외말고 어디든 가겠다”수천억원대의 비자금파문에 휩싸여 있는 노태우 전대통령이 1일 검찰에 출두키로 함에 따라 그의 사법처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그 앞에 놓인 선택은 별로 없는 것같다. 지난 27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국민이 내리는 어떠한 심판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듯이 그 자신도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한 듯하다.
정해창 전청와대비서실장이나 김유후 전사정수석등 측근들마저 『이제 공이 여권으로 넘어간 이상 우리로서는 할일이 없다』며 체념하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한 측근은 『지금 이 상황에서 뇌물죄가 적용되느냐, 혹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리되느냐등의 문제가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반문한뒤 『그가 무슨 죄로 처벌받더라도 할말이 없게됐다』고 말해 노씨의 사법처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특히 노씨진영은 전날 검찰에 제출한 소명자료가 미흡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인데다 여권핵심부가 노전대통령을 「부정축재자」로 몰아가고 3당합당 이후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자 「올것이 왔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때문에 노씨 가족들과 일부 측근들은 사법처리결과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노씨에 대한 여론흐름과 국민감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원수를 지냈다는 예우를 고려해 불구속수사로 선처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이와관련, 노씨측은 검찰소환조사가 끝나면 자신의 향후거취문제를 포함한 2차의 추가입장발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대국민사과―재산헌납―낙향의 수순을 제시함으로써 비등하는 비판여론을 다소라도 누그러뜨릴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이다.
노씨는 비자금파문의 초창기만 해도 여권일각에서 제기된 낙향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였었다. 그러나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같은 마지노선마저 철회, 구속만 면하면 어디든지 거처를 옮길수 있다는 태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다만 노씨는 『죽으면 죽었지, 해외로는 못나간다』며 해외이주(추방)방안에는 결코 응할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그의 기대가 얼마나 실현될지는 속단키 어려우나 결국 타의에 의한 외길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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