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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의 소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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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의 소환(사설)

입력
199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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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태우 전대통령의 엄청난 비자금 비리와 부정축재 규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허탈과 분노에 젖어 있던 국민의 시선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노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에 쏠리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 국정 전반을 운영해 온 전 국가원수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그래서 전국민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이 불행한 사건을 어떻게 조사해서 잘 처리하는지를 보고 싶어한다.

조사를 하는 검찰 당국이나 조사를 받는 노전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 순간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만일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한점이라도 의혹이 남는다면 더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특히 염두에 두고 어물쩡 적당히 넘어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동안 검찰은 특히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종종 받아왔던게 사실이다.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굴종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뒤집어 쓰게 되었던 불명예를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마침 김영삼대통령도 이 사건을 부정축재로 규정하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수없이 역설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했다. 이 사건조사에서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동안 떨어졌던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공명정대하게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전대통령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수많은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명쾌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 6공 당시의 율곡사업, 원전건설, 신공항건설, 고속철, 제2이동통신 등 대형 공공사업과 관련된 뇌물 특혜 시비를 속시원히 가려야 할 것이고 92년 대통령선거자금에 얽힌 의혹도 풀려야 할 것이다.

또 토지 빌딩 증권 등 여러가지 형태로 은닉혐의를 받고 있는 부정축재 상황과 스위스은행 등의 해외재산도피, 가족 친지 사돈 명의로 숨겨져 있다는 항간의 의혹도 깨끗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검찰조사에 응하는 노전대통령에게도 할 말이 많다. 들끓고 있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역사와 국민앞에 솔직하게 모든 것을 고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앞서의 사과성명이나 소명서가 불성실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검찰조사에서도 같은 자세를 보인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뒷날 후회없는 참회의 기회로 삼을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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