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박의원 폭로 뒤늦게 알고 연희동에 연락/노씨,이씨 총대멜 것 기대하다 뒤통수 맞은꼴노태우 전대통령은 이현우 전경호실장이 「총대」를 메줄 것으로 굳게 믿고 검찰출두를 「지시」했으나 이전실장이 노씨의 뜻을 거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이전실장과 이태진 전청와대경호실경리과장을 수사한 검찰의 고위관계자가 30일 두 사람의 검찰출두 경위를 상세히 밝힘으로써 드러났다. 이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노씨는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이 국회에서 비자금 내용을 폭로한 지난19일부터 21일 아침까지 만이틀간 자신과 관계있는 내용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이전경호실장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것은 국회에서 박의원이 노씨의 비자금 계좌를 폭로한 지난 19일. 그러나 연희동측은 이씨가 미국에 간 사실도, 미국에서 돌아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는 노씨가 거액의 비자금 관리를 이씨에게 맡겼으면서도 평소 교감이 없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0일 전직 안기부장들의 식사모임에 참석한 이씨는 얼굴표정이 매우 좋았으며, 동석한 서동권 전안기부장이 『별일없냐』고 물어봤을때도 태연했다.
이때까지는 이씨도 박의원이 폭로한 계좌가 자신이 관리하는 비자금 계좌인줄 몰랐다. 그래서 연희동측도 박의원이 폭로한 돈이 자기것인줄 모르고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씨가 집에 들어가서 보관중인 통장을 꺼내 맞춰보니 바로 박의원이 폭로한 그 차명계좌였다.
이씨의 연락을 받은 연희동측은 21일 부랴부랴 정해창 전청와대비서실장등 율사출신 참모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어차피 탄로날테니 이씨를 보내 일부라도 밝히자』 『의표를 찔러 선제공격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22일 아침 김유후 전사정수석이 대검에 연락해 이씨의 출두사실을 통보했다.
이날 저녁까지도 연희동측은 이씨가 검찰에서 비자금 조성책임을 노씨에게 미룬줄 모르고 『노씨가 비자금 조성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발뺌했다. 이씨가 전날 연희동에서 『내가 모두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해 연희동측은 장세동 전안기부장처럼 총대를 메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의 사실을 밝힌 검찰 관계자는 『「노씨가 비자금 조성에는 귀신이나 관리에는 바보」라는 시중의 말이 맞다』면서 『예를들어 정해창전대통령비서실장등 똑똑한 사람이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이처럼 쉽게 들통나지는 않았을것』이라면서 『이씨의 별명 그대로 「하사」나 「병장」같은 사람이 관리했으니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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