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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재기뒤엔 노씨 돈 있었다/노씨 비자금 파문­유착관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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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재기뒤엔 노씨 돈 있었다/노씨 비자금 파문­유착관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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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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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 4년만에 재계 18위 급팽창/막대한 자금력 그동안 줄곧 의심한보그룹의 급속한 성장뒤에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91년 수서사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한보가 최근 2∼3년에 급부상한데 대해 재계와 금융계에선 갖가지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보 정태수 총회장의 배후에 청와대 고위층이 있다』거나 『한보의 돈줄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무려 4조여원이 투입되는 아산만 철강단지 건설, 93년이후 9개 기업의 신설 및 인수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과연 어디서 조달하는가 또는 무엇을 믿고 그처럼 저돌적인 공격적 기업확장에 나서는가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됐었다.

결국 검찰수사 결과 동화은행에 개설된 노씨의 비자금 3백억원이 실명제 실시 직후인 93년9월 한보그룹계열의 한보상사 명의로 실명전환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미스터리 한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씨는 「단군이래 최대의 사채꾼」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며 동시에 이 돈을 쓴 한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보는 수서사건이후 한동안 임직원의 월급을 주지 못할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정경유착 기업이라는 국민들의 지탄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불과 4년만에 10대그룹을 넘볼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지난해 자산규모 1조6천억원으로 재계 랭킹 28위에서 올해는 3조원이 넘어서면서 18위로 껑충 뛰었다. 아산만 철강단지는 98년까지 4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지난 90년 첫삽을 뜬 이후 지금까지 5년동안 2조원이상 투입됐다. 한보는 또 93년이후 상아제약 삼화상호신용금고 승보엔지니어링 승보데이터시스템 한보관광 정암생명공학연구원을 잇따라 인수 또는 신설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도급순위 33위인 유원건설까지 인수, 명실상부한 대재벌의 면모를 갖췄다.

재계와 금융계는 한보의 이같은 팽창에 대해 그동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해왔다. 우선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보가 그동안 투자한 금액은 아산만 철강단지 2조원, 기업인수자금 5백억∼6백억원 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한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쓴 돈은 지난 5월말 현재 2조1천9백52억원으로 93년말 7천21억원에 비해 1조4천9백여억원정도 늘어났다. 결국 나머지 6천억원정도는 자체 자금이나 회사채 발행등으로 충당한 셈이다. 한보는 이에 대해 정총회장 소유 부동산이 1조원대에 이른다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한보측은 지난해 회사채발행 해외전환사채발행 유보자금등으로 8천억원을 조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자금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해 재계의 의혹은 계속됐다.

결국 노씨 비자금이 한보의 자금줄이었음이 확인됨에 따라 한보는 앞으로 기업경영과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보에 유입된 비자금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노씨의 비자금 유입규모가 3백억원외에 얼마나 더 있는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이재열·김상철 기자>

◎노­정씨 관계 수서사건 계기 커넥션 형성/정씨 무거운 입­세무노하우 등 높이사/회사 자금압박위기 노씨 비자금 필요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중 3백69억원을 「한보상사」명의로 실명전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총회장과 노씨의 관계, 정회장이 위험성이 높은 노씨의 비자금을 관리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씨와 정총회장의 관계는 6공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무공무원 출신에다 건설회사 경영을 배경으로 부동산관리에서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했던 정총회장은 80년대중반부터 권력층실력자들의 부동산을 상당수 관리했고, 실력자중에는 노씨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부동산업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져 왔다.

당시만 해도 노씨와 정총회장이 연을 쌓을 만큼의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으나 91년 터져나온 수서택지개발 비리사건을 계기로 「노-정커넥션」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총회장은 당시 수서지구의 일부 땅을 조합주택부지로 무리하게 용도변경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엄청난 액수의 뇌물을 뿌렸고 노씨에게도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정총회장은 5개월여의 형을 살면서도 함구로 일관해 흐지부지됐었다.

노씨는 당시 정총회장이 보여준 의리와 세무관련 노하우, 부동산관리능력을 높이 사 부동산관리를 계속 맡겼을뿐 아니라 비자금관리까지 대행토록 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정총회장은 사업확장을 위해 대규모의 외부차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노씨가 제의한 비자금관리를 맡아 사채형식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괴자금」으로 불리는 노씨의 비자금은 제공제의를 받은 K그룹등은 위험성때문에 거절했으나 정총회장은 자금압박때문에 덥석 받아들였다는 것이다.<김동영 기자>

◎동방유량 등 커져가는 의혹/사돈관계 재벌에도 시선집중/증권사 설립·인수 등 구설수… 자금줄 촉각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의혹이 처음 제기될 때부터 「가·차명계좌는 노씨 비자금중 빙산의 일각」이란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추적이 용이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 즉 부동산이나 특히 기업에 훨씬 더 많은 돈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30일 노씨의 비자금관리에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개입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같은 추정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과연 한보뿐일까. 정계나 재계 금융계는 이에 대해 노씨의 친인척기업, 즉 사돈관계인 동방유량과 선경그룹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구체적 방증자료까지 제시하고 있다.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신명수 동방유량회장과 최종현 선경회장의 노씨 비자금관련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동방유량은 6백억원대 채권이 91년말∼93년초 신회장앞으로 이전된 사실이 지난해 법인세조사에서 드러났고 ▲선경의 경우도 92년 태평양증권(현 선경증권)인수에 들어간 돈이 바로 노씨돈이라고 주장했었다.

재계가 지적하는 대표적 「동방스캔들」은 동방페레그린증권. 노씨 재임말기인 92년9월 설립된 이 회사는 모든 대기업이 증권업진출을 희망하던 당시 국내 최초의 합작증권사 설립권이 재계서열 50위권밖이던 동방유량에 낙점됨에 따라 「사돈의 마지막 선물」이란 구설수에 올랐었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은 지난해에도 노씨 개인자금을 전담관리하는 별도팀을 조직·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증시에 퍼져 감독당국의 내사를 받기도 했다.

시가 1천억원을 넘는 서울센터빌딩과 주차장 역시 실소유주는 노씨라는게 정설. 현재 빌딩소유주는 동방유량 위장계열사로 알려진 경한산업으로 되어 있는데 연매출액 5천억원이내인 동방유량이 과연 이만한 고액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겠느냐는게 주변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자금은닉의혹은 노씨의 또다른 사돈기업인 선경도 마찬가지. 6공 당시 초대형 이권사업인 이동통신사업을 따냄(추후에 반납)으로써 인척특혜시비에 휘말렸던 선경은 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노씨비자금의혹을 받았다. 또 선경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최회장소유로 알려진 경기도 I골프장, 서울종로에 신축중인 S빌딩등이 실제로는 노씨소유라는 설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밖에 한보처럼 6공때 급성장한 일부 기업에도 노씨자금이 흘러들어가 비밀리에 관리되고 있다는 소문이 끝없이 나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랜 정경유착관행은 기업들이 불법통로를 통해 통치권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자금조성뿐 아니라 관리·은닉에까지 기업을 동원한 것은 노씨가 처음이다. 6공의 독특한 정경유착방식인 셈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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