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획 차질·내외신뢰도 추락” 걱정/금융기관 3중고·건설 연쇄부도 위기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기업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재계와 금융계는 『비자금파문이 새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아연 긴장한 표정이다.
그동안 비자금파문과 관련, 검찰이 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해왔던 재계는 한보그룹이 노씨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밝혀진 30일 그동안 우려해온 상황이 눈앞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계는 이와함께 D그룹 모회장이 실명전환유예기간 마감직전인 93년 10월 노씨의 돈을 양도성 예금증서(CD)로 바꿔 노씨에게 되돌려준 사실이 드러나 이미 당국의 수사를 받았다는 소문까지 퍼지자 검찰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우선 기업인이 비자금을 직접 은닉, 관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기업인에 대한 검찰의 소환과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계는 한보그룹에 대한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가 당장 이 그룹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에따른 연쇄부도 및 금융권의 일대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재계는 노씨―한보의 관계가 재계에 미칠 파장을 장·단기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사에 따른 경영차질을,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의 성장배경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대외 신뢰도의 추락등을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소환대상 기업인을 ▲노씨에게 돈을 준 모든 기업인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해 뇌물성 자금을 건넨 기업인 ▲노씨비자금을 직접 관리했거나 은닉하고 있는 기업인등으로 나누고, 대상을 최소화하지 않을 경우 이번 파문이 국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계획했던 사업과 사장단인사를 전면보류했으며 내년도 사업계획의 수립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장기적 파장은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과 해외 거래선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오늘날까지 커 왔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으며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외신뢰도 추락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건설업계=금융권은 비자금 파문이 본격적으로 기업에 번질 경우 해당업체에 자금을 지원해준 금융기관들은 비자금 은닉 및 제공설에 이어 여신문제까지 도마위에 올라 「3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보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부도난 유원건설을 한보측에 넘기기로 합의하고 현재 이 회사에 대한 자산실사를 진행중에 있는데 이번 비자금 파동이 11월중 체결될 예정이었던 본계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금융권은 특히 한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세무조사까지 본격화하면 이 그룹의 해체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그 파장을 우려했다. 연쇄부도는 물론 금융권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유원이 맡고 있는 1,000여가구의 주택사업과 지하철 5호선 일부공사등 수십건의 정부발주공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관련 하도급업체들이 상황에 따라 연쇄부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김동영·김상철 기자>김동영·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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