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형 확정뒤 사면→낙향 고려/정치적·국민여론에 부담 “속결”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처리방향은 이제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지금까지의 검찰조사 결과 일단 노씨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게 여권의 인식이지만 구속여부등 그 수위는 김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은 비자금문제와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는 92년 대선자금의 문제에 관해서도 방침을 정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귀국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평소 성향으로 보아 고심하는 시간을 오래 끌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참모들도 김대통령에게 『가급적 이번 사건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30일로 예정된 국무위원과의 조찬 또는 여야 지도자와의 오찬대화에서 사건의 처리방향을 밝히고 금주중 대강의 처리가 매듭지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가장 큰 고민은 노씨의 신병처리문제이다. 이미 드러난 비자금의 규모나 조성방법만으로도 큰 범죄행위가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전직대통령을 과연 구속해야 하느냐는 판단에는 국가적 위신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씨를 구속할 경우 측근에서 돈심부름을 했던 사람이나 노씨에게 돈을 준 기업인등 수십명을 구속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김대통령으로서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여권이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여론과 야권을 외면하기도 쉽지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노씨의 구속여부는 전적으로 여론에 달려있다』면서 『우리로서는 불구속수사하고 싶어도 현재의 여론으로 보아 구속이 불가피한 것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씨가 구속상태이든 불구속 상태이든 일단 법정에 선 이후의 처리문제도 청와대로서는 고민거리이다. 비자금 액수등으로 보아 법원에서 일단 유죄가 인정될 경우 상당한 형량을 받게 되는데 과연 노씨를 수년동안 교도소에 복역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참모들중에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난 닉슨대통령을 후임인 포드대통령이 사면했던 예를 들기도 한다. 노씨에 대해서도 1심 판결로서 형을 확정시킨 다음 사면해 낙향생활을 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정치권 일각에서 얘기되는 노씨의 해외망명설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노씨가 국내에 숨겨두었던 비자금이야 검찰과 국세청 은행감독원등 관련기관의 추적으로 밝힐수 있다해도 해외에 은닉해둔 자금은 본인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한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고위당국자는 『해외로 망명한 사람이 숨겨둔 돈으로 호화생활을 할 경우 국민적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고 노씨측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가장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목은 역시 대선자금의 공개여부이다. 이번 사건이 이미 대선자금문제로 비화된 마당에 자칫 잘못 다루다가는 정치권 전체가 공멸의 길로 빠져들수 있기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정면돌파의 의지를 밝혔지만 선뜻 결단을 내릴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비자금 수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직후 대선자금문제와 관련한 김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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