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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사례에도 정치 생명 잃은 외국 지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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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사례에도 정치 생명 잃은 외국 지도층

입력
199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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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무,공짜 농구표 받고 사임/스웨덴 부총리­공금 130만원 사용 수사받아/미 하원의장­인세 400만원 수수물의 은퇴노태우 전대통령이 재임시절 조성했다고 밝힌 비자금 5,000억원은 다른 나라의 부패한 정치 지도자들이 챙긴 검은 돈의 규모와 비교해 봐도 세계랭킹 5위에 드는 거액이다.

노씨보다 큰 손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8조∼30조원 추정), 수카르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9조원), 알프레도 스토로에스네르 전 파라과이 대통령(1조6,000억원), 세코 전 자이르 대통령(3조원) 정도가 있을뿐이다. 그러나 마르코스와 수카르노, 스토로에스네르가 각각 20년, 17년, 35년의 긴세월 동안 집권하면서 돈을 빼돌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5년의 재임기간에 5,000억원을 만들어낸 노씨의 비자금 조성능력은 속도면에서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액수를 삼켜 지탄의 대상이 된 부패권력자가 있는 반면 그야말로 「푼돈」수준의 금품때문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예도 적지않다.

마이크 에스피 전미농무장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양계업자로부터 총액 12만원이 안되는 미식축구와 농구경기 입장권을 선물받은 것이 말썽나 지난해 사임했다. 너무 적어서 뇌물로 보기도 힘든 금액이지만 에스피 전장관은 이 일로 도덕성을 의심받게 돼 나중에 공짜표 값을 물어내고도 결국 사임했다.

18선 의원으로 34년이나 의회를 지켰던 짐 라이트 전미하원의장이 89년 사임하게 된 것은 책을 쓰고 인세로 받은 약 400만원 때문이었다. 특별검사가 14개월간 조사한 끝에 이 돈은 깨끗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는 심리적 타격을 견디지 못해 사임했다.

스웨덴의 차기총리 1순위로 꼽히던 모나 살린(38) 부총리는 공무용 신용카드로 옷을 사고 130만원 가량을 결제한 것이 말썽이 돼 지난 18일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살린 부총리는 문제가 된 돈을 바로 갚았지만 현지 언론은 제 돈과 나라돈도 구분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교통범칙금과 TV 시청료 체납 등 그의 자질구레한 잘못까지 들춰내 자질 시비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선진국에서 정치지도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덕목이 청렴함과 도덕성 그 자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돈은 단 한 푼이라도 무섭게 알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와 권력을 이용한 치부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서릿발 같은 정신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도 남는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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