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20년 보유가능 은닉 최고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노씨가 공개한 규모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의혹들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이미 확인된 은행과 투금외에 주식 및 채권시장이 제3의 비자금 은닉처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각종 선거때마다 정치자금이 흘러들었다가 거액의 차익을 챙기고 떠났다는 소문이 도는등 정치자금의 「암약무대」로 단골메뉴처럼 거론되던 곳이다. 노씨의 비자금조성과 관련해서도 노씨의 재임기간 빈번한 증시개입을 통해 비자금조성을 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주식시장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6공때 설립된 선경증권과 동방페레그린증권 2개 증권사가 노씨의 사돈기업이라는 특수관계때문에 이들 증권사들이 노씨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등 증권가에는 비자금 관련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일부 증시관계자들은 비자금이 현재 주식시장에 묻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주식시장에 뭉칫돈이 들어올 경우 워낙 소문이 빨라 비밀보장이 어렵고 극심한 등락을 보이는 주식시장의 성격상 원금확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놓고 큰 돈이 머물기에는 부적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관계자들은 현금화가 쉽고 차명거래가 가능해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비자금이 주식시장을 활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법인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살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비자금이 몰래 숨어 있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관계자들은 비자금의 활동무대로서는 주식시장보다는 채권시장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장기채의 경우 무기명으로 거래되고 10년 또는 20년이나 되는 만기까지 팔지 않고 보유해도 연 3∼5%의 이자를 보장받게 돼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금은폐의 목적으로 장기채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채권시장의 한 전문가는 『20년만기상환 국민주택채권등은 일시불로 상환하면서 돈의 출처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부유층이나 정치권인사들의 상속이나 재산은닉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5공당시 모투신사에 청와대 경호실에서 관리하는 수십억원대의 자금들이 예치돼 있었던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있어 투신사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만만찮다.
제도권금융이 아닌 사채시장도 비자금의 은닉처로 거론되고 있다. 명동 사채시장 주변에 몰려있는 300여개 채권상중에는 매일 10억원대 이상을 주무르는 대형 채권상들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채시장에서는 전주가 누구인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어서 사채시장은 이른바 「블랙머니」들의 활동처로 적격이라는 것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