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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호 조항 완화” 여론높아/노씨 비자금 파문­실명제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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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호 조항 완화” 여론높아/노씨 비자금 파문­실명제 허점

입력
1995.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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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변칙자금도 공개땐 위반” 문제/「돈세탁」방지법도 하루빨리 제정해야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으로 예금자 비밀보호조항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과 함께 돈세탁을 방지할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노씨의 비자금이 드러난 것은 실명제때문이지만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금융실명제 위반혐의(금융거래 비밀보장 조항)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실명제 긴급명령 제4조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는 금융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제공해서는 안되며 누구든지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은행원은 업무상 알게 된 사항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나 금융계나 비밀보호제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금융기관 직원이 불법·변칙적인 자금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가령 한 은행원이 불법자금이 차명으로 입금된 것을 분명히 알았을때 양식있는 시민으로서 이를 공개해야 되느냐, 아니면 비밀보장 의무를 앞세워 침묵해야 하느냐의 경우다.

재정경제원은 현행 실명제에 따라 밝히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다만 예금내역등 구체적인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고 검찰등에 고발할 수는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 경우 검찰등이 구체적인 제보없이 어느 정도 사실을 밝힐지는 다른 문제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금융거래내용 공개는 엄격히 금지하되 범죄·탈세등 공공이익에 관련되었을 때에는 공개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재경원도 지난 8월12일 금융실명제 실시 2년을 맞아 발표한 「실명제 평가와 과제」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 『비밀보장제도와 공공목적을 위한 금융거래정보이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마약자금에 대해서만은 까다로운 비밀보호제도에서 비켜갈 수 있도록 최근에 법이 개정됐다.

돈 세탁 금지법 제정문제와 관련, 재경원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명제가 오랜 관행으로 정착된 선진국에서도 돈 세탁 금지법이 있지만 재경원은 『실명제가 가장 좋은 돈 세탁 금지법』이라며 이 법의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시장 혼란도 반대이유중의 하나다.

미국의 경우 금융비밀보호법과 형법에서 돈 세탁을 주요 범죄로 규정하고 검은 돈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노씨의 딸 소영씨 부부의 20만달러사건도 이같은 제도때문에 드러난 것이다. 최근에는 태국에서도 돈 세탁 금지 법안이 제정될 정도로 각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이번 노씨의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검은 돈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실명제의 비밀보호조항의 탄력적 운영과 돈 세탁 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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