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수수사실 공개 상황급변/여야 물고물리기 「대란」 소지도비자금 파문의 불이 급기야 92년 대선자금문제로 옮겨붙었다. 여야 모두 금기시해 오던 이 문제가 마침내 전면 부각됨으로써 정치권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문제가 처음 표출됐을 때 정치권에서는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자금파문이 대선자금에 접목될 경우 정치권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현재 그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시각이다.
대선자금문제는 비자금파문의 초기단계부터 여야에서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비자금중 일부가 여야의 대선자금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그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측에서는 공식적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지난 27일 20억원 수수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상황은 급전했다. 이에 앞서 김윤환민자당대표도 지난 26일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일부가 여야 모두에게 건네졌을 수도 있다』고 말해 여권의 대선자금부분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이로부터 여야공방이 불붙었다.
대선자금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정치권의 도덕성과 연결되는 아킬레스건이다. 노씨의 비자금이 도덕적인 단죄를 받고있는 현상황에서 이 자금을 받아썼다는 사실은 해당정치인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미 김대중 총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그같은 가능성을 말해준다.
비자금문제가 처음 돌출했을 때만 해도 여권이 이 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비자금파문이 오히려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측면을 갖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권은 물론 야권의 정치자금문제가 노출됨으로써 기성정치권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중 총재가 자신의 대선자금을 공개한 것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이를 둘러싼 여야의 전면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여권으로선 싸움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총재는 특히 28일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앞으로도 김총재측은 더욱 공세수위를 높여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과 정개련 등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제3세력 역시 이 문제를 계속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와 표밭이 겹치는 이들 세력은 특히 김대중 총재를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자금문제는 3김씨의 한명인 김종필 자민련총재에게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갖는다. 김총재는 92년 대선당시 민자당 대표였기 때문에 당차원의 선거자금에 대해선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질 경우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보가 있더라도 여당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대표가 대선자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그런 판단 때문이라 할수있다.
현재 공은 여권에 넘어가 있다. 28일 귀국한 김영삼 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의 향방은 크게 달라진다.특히 이 문제는 총선에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여 정국은 한층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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