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개입·재벌부인 선물 챙겨”/“노씨와 별도 주머니” 잇단 소문노태우 전대통령이 재벌을 상대로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사이 부인 김옥숙씨도 별도의 「안방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안방비자금을 확인할 만한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권과 재계 금융계등에서는 노씨 재임기간중 김씨가 독자적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김씨의 「안방비자금설」은 노씨의 비자금파문이 일기 이전부터 대두됐었다.
금융가에서는 김씨가 이재에 밝고 재산불리기에 관심이 커 노씨와는 별도로 비자금을 모아 여러 비밀계좌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노씨 처가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고 김씨가 「돈」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의례적으로 기업들이 별도의 봉투를 만들어 김씨에게 바쳤다는 뒷얘기가 무성하게 나돌았다.
특히 야권은 노씨의 비자금파문이 표면화하자 『김씨의 생일에는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재벌부인들을 불러 「생일선물」을 전달토록 했다』면서 『김씨는 「선물」전달과정에서 청탁까지 받을 정도로 비자금모으기에 힘을 쏟았다』고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 안방비자금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씨와 재벌총수 부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6공인사는 이전경호실장 외에 안기부간부를 지낸 E모씨, 청와대비서관 출신인 Y모씨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한달에 한번정도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재벌총수 부인들을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불러 다과회등의 모임을 갖고 청탁을 받거나 봉투를 수령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 주장과 소문은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안방비자금설의 사실여부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금파문이 불거지면서 6공측근들이 밝힌 비자금관련 발언과 노씨가 박계동 의원의 폭로이후 이전경호실장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보인 미심쩍은 태도등을 종합해보면 김씨의 안방비자금의 개연성이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노씨의 측근이었던 한 6공인사는 비자금파문이 터져 나온 직후 『노씨는 워낙 인색해 청와대식구들을 금전적으로 제대로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측근들의 권유등으로 김씨가 필요에 따라 봉투를 돌렸다』면서 『김씨의 봉투가 노씨보다 두꺼운 경우가 많았던 점등으로 볼때 안방비자금 조성은 결코 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6공시절 군 고위직에 있었던 한 인사는 『노씨와 전두환 전대통령이 초급장교였던때부터 김씨는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에 대해 경쟁의식이 강했고 이같은 관계는 노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계속됐다』면서 『김씨는 전전대통령 퇴임이후 이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엉뚱한 경쟁의식이 발동해 막후에서 재산모으기에 신경을 썼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씨의 최근 행태도 안방비자금의 존재를 추론할 수 있는 대목. 박의원이 신한은행에 예치된 비자금을 폭로한 이후 노씨는 이를 극구 부인하며 명예훼손까지 들먹이다 이전경호실장이 노씨측의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 후에야 비자금의 존재를 수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씨는 자신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했으면서도 신한은행의 비자금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자금으로 처음 밝혀진 신한은행의 3백억원계좌는 김씨소유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태가 이쯤되자 일각에서는 노씨는 율곡사업과 같은 대형이권사업에 개입, 뭉칫돈을 챙기고 김씨는 중소규모의 이권사업에서 수시로 비자금을 만들어 김씨의 단독비자금이 2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비자금은 금융권뿐 아니라 개발차익을 노려 신흥 주거개발지역등의 부동산투기에 이용됐다는 얘기도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일부 자금은 스위스은행에 은닉돼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노씨의 친인척에까지 확대됨에 따라 김씨가 과연 「한국의 이멜다」로 전락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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