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뉴질랜드에서는 어린이가 4∼5세가 되면 국민학교입학을 하게 된다. 국민학교의 조기입학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같은 나라들은 국민학교 입학연령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5∼7세에 입학할 수 있게 연령폭을 3세까지 열어 놓고 학부모가 자녀의 지적성장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입학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우리는 건국이후 반세기동안 국민학교입학연령을 「만 6세」로 교육법에 못박아 놓았다. 그때문에 지적성장이 유난히 빠른 아동까지도 6세에서 단하루가 모자라면 국민학교입학을 할 수 없어 유치원을 2년씩이나 다녀야만 한다. 그런데다가 극성과외가 유치원생에게까지 확산돼 국어 산수는 물론 기초영어까지 가르침으로써 지적성장이 빠른 아동들은 유치원단계에서 국민학교 저학년공부를 거의 다해버리는 경우도 흔하게 된 것이 오늘의 사회상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뜻에서 교육개혁위원회가 「5·31교육개혁방안」에서 경직된 「6세국교입학」규정을 개정, 지적성장이 빠른 5세아동의 국교입학 문호개방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교 5세 입학제」는 교육법의 관계조항개정을 위한 입법예고과정에서 엄청난 찬반논쟁에 부딪쳐 현실타협을 하게 됨으로써 「지적성장이 빠른 아동을 조기입학시키자」는 제도도입취지를 살리기 어렵게 변질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교육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국민학교입학에서부터 허용될 5세 입학제운영지침은 「5세아동 부모의 희망이 있고 해당지역국교의 수용능력에 여유가 있을때 생년월일순으로 입학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이같은 운영지침은 부모가 희망만 하고 아동의 나이가 만6세에 가까울 경우에 5세입학이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동이 학교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냐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조기입학의 판별기준으로 활용할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국교의 학급당학생수가 40명을 훨씬 넘는 서울과 5대광역시에서는 국교5세입학제가 그림의 떡이 돼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의 5,679개국교의 10만1,500학급중 대도시와 신도시의 257개국교의 1,652개학급이 교실부족으로 2부제수업을 하고 있다. 또 전체국교학급의 48.8%가 평균41명이상을 수용하는 콩나물교실이다. 그런가하면 농어촌국교는 한교실에 20∼25명도 수용하지 못해 이 측면에서는 도시가 부러울 게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의 경우를 세분해봐도 지역편차가 극심하다. 강남지역국교는 한학급 평균수용학생이 46명인데반해 도심인 중부교육구청내국교는 30∼32명선으로 다소 여유가 있다.
교육부의 운영지침대로 5세입학을 허용해도 한반 수용인원이 39명을 넘어서는 안된다면 대도시에서 5세입학제는 선언적 의미밖에는 없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어느나라국민이든 아동의 1%정도를 영재아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는 영재아동도 그만큼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국민학교의 5세입학제가 이러한 영재아동을 조기입학 시켜줌으로써 빠른 지적성장을 꽃피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도입의 근본취지라면 대도시에서 그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 제도를 살리자면 조기입학을 원하는 아동에 대한 지적능력검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적성장도가 빠른 아동을 판별해낸다 해도 국민학교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면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만6세에 가까운 아동부터 입학을 허용한다는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성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5세입학을 허용키로 한 정부라면 수용능력 부족때문에 영재아동이 입학을 못해 그 훌륭한 싹을 스스로 잠재워야 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환경개선에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학부모들도 조기입학이 내자녀에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를 냉정히 판단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면 지적성장이 빠른 다른집 자녀에게 조기입학기회를 양보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조기입학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학부모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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