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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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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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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돈의 관계는 정말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인가보다. 한국처럼 정치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는 돈을 필요로 하는 게 현실이고 돈은 꿀을 찾는 벌처럼 권력을 맴도는 생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은 또 다같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흔히들 권력과 돈이라면 세상에 안되는 일이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양자는 서로 떨어져서 독자적으로도 무서운 힘을 발휘하지만 양자가 서로 결탁해서 붙으면 메가톤급 실력을 과시한다. ◆이른바 거액의 정치자금이 양자의 융합물이라고 볼 때 그 위력은 대단하다. 그 괴물 앞에서는 법도 소용없다. 초법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그렇게 많은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쓰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법들은 완전히 무시된 무법천지였음을 우리는 새삼 알게 된다. ◆수사결과에 따라 노전대통령에게 적용될 법이 결정되겠지만 지금 거론되고 있는 죄목이나 위반 법규만 해도 수두룩하다. 대통령이 만지는 정치자금인데 법 따위는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통치행위에 필요한 「통치자금」인데 그보다 하위 개념으로 흔히들 얘기하는 보통 정치자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처럼 초법적인 괴물이 설쳐 대는 정치판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마련된 정치자금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통치자금이라는 이름의 천문학적 숫자의 엄청난 자금이 여야를 누비고 다닌 무법천지가 바로 우리의 정치판이다. 지금 노 전대통령에게만 돌팔매질을 하느라 야단들인데 정경유착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든 우리의 정치와 기업 풍토도 함께 단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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