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국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건강문제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옐친은 지난 26일 심장질환이 재발해 모스크바 중앙병원에 입원, 12월17일 실시될 총선을 지원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을 뿐 아니라 내년 6월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심장이상으로 13일 동안 입원한 적이 있는 옐친은 똑같은 증상이 3개월여만에 재발, 더 이상 정상적인 활동은 불가능한 것 같다는 견해가 러시아정계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옐친은 유엔 5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 빌 클린턴 미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의 회담에 대비,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크렘린의 공식발표처럼 과로로 병세가 도졌다면 앞으로 복잡하게 전개될 국내외정세에 대처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총선과 대선등 향후 러시아의 정치일정이 혼미상태에 빠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총선일자를 2개월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재발한 옐친의 심장이상은 각 정파로 하여금 총선에 전력을 기울이게 압박하는 「정치적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 지위를 구축하려는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의 중도우파연합 나쉬돔로시야(우리집 러시아)당은 약진이 예상되는 공산당, 러시아 사회단체 회의등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정당들은 옐친이 대선에 불출마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정권유지 혹은 탈환의 디딤돌로 총선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현재 차기대선에 출마할 유력한 후보로는 퇴역장군인 레베드와 공산당 당수 주가노프, 급진개혁파인 야블린스키, 극우파인 지리노프스키등으로 압축된다. 옐친을 의식해 불출마를 선언했던 체르노미르딘총리는 옐친이 불출마할 경우 가장 강력한 후보임은 변함이 없다.
이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선거에서 경쟁한다면 러시아 정국에 큰 무리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옐친을 추종하고 있는 크렘린궁의 현집권세력들이 과연 이같은 상황을 용인할 수 있겠느냐는 장담키 어렵다. 옐친의 건강악화와 함께 총선에서 친옐친 진영이 패배할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옐친의 입원은 차기 대선출마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옐친 자신에게 최대 악재임과 동시에 러시아정국이 폭풍전야의 문턱에 돌입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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