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카터인권정치로 세계평화 사도역/독 브란트탈냉전 헌신 조국통일 대부로/불 드골투철했던 국가관 영원한 추앙/이 메이어국민총화 끌어낸 여걸로 신망정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발전과 인류애 증진에 헌신하고 있는 전직 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도처에서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권력형 비리로 들끓고 있는 터이라 새삼 풋풋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러한 지도자들의 존재는 국민적 자부심이자 이렇다 할 국가원로를 두지 못한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지도자중 대표적 인물이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이다. 무능하다는 평가와 함께 재선에 실패했던 카터였지만 퇴임후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존경받는 세계적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지녔던 「무기」는 돈이나 전직 미국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이 아니다. 현실 정치세계에서는 맥을 못 췄던 도덕성과 인권·인본주의가 그의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를 비롯해 보스니아, 아이티, 앙골라등 정치적 해법도출이 난해한 분쟁지역이라면 어디든 뛰어다니며 화합을 주선하는 「평화의 사도」로 활동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만도 올해를 포함, 최소한 4차례이다.
이와함께 카터가 역점을 기울이는 활동은 「사랑의 집 짓기」운동이다. 「하나님이 선사한 특기」인 목수재능을 십분 발휘, 빈민을 위한 집짓기 자원봉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때묻은 작업복차림으로 지붕에 올라 못질을 하는 카터의 모습은 그를 낙선시켰던 미국민의 가슴속에 넉넉한 사랑의 마음을 키우고 있다. 올해 미 로스앤젤레스 흑인 빈민지역에 500여채의 집을 완성한 그는 남북한 회담을 주선하면서 양 당사자가 원한다면 비무장지대내에 이산가족의 만남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는 비서의 간첩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조국 통합과정에 바쳐 「독일통일의 대부」로 추앙받았다. 그는 또 92년 78세를 일기로 숨지기 직전까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장을 맡아 동서간 화해의 탈냉전 노력에도 정진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69년 국민투표 패배 결과에 승복, 대통령직 하야후 낙향했지만 그가 지도자로서 지녔던 투철한 국가관과 강직한 자세는 프랑스인들에게 영원한 추앙의 대상이다. 비록 70년 향리에서 쓸쓸한 최후를 마쳤지만 사심없이 국가발전에 헌신했던 그의 이상은 프랑스를 전후 폐허에서 1등국가로 올려놓은 원동력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지도자가 깨끗하면 나라가 올바로 서는 것은 당연지사. 여걸인 골다 메이어 총리를 비롯, 강직한 역대지도자를 뒀던 이스라엘이 주변의 아랍국가들과 7차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도 지도자에 대한 신망에서 비롯된 국민적 총화의 결과이다. 선진국 도약과 통일을 앞둔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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