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액수 눈덩이 봉합불가능” 판단/여 “구속 불가피” 최후통첩에 「백기항복」노태우 전대통령이 27일 「선검찰수사―후사과」의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대국민사과문을 전격 발표한 것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백기투항」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이 보호막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버티기작전」으로 나왔던 노씨측으로선 더이상의 퇴로가 없는 냉엄한 현실을 비로소 인식한 셈이다.
당초 노씨측은 지난 19일 민주당 박계동 의원에 의해 비자금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발설자인 박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검찰조사과정에서 「문제의 돈이 노전대통령의 통치자금」이라고 폭로하면서부터 연희동에는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주 들어서는 노씨가 조성한 비자금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부인 김옥숙씨등 친인척의 비리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됐다. 노씨는 뒤늦게 탈출구모색에 나섰으나 사태는 봉합이 불가능한 쪽으로 번져갔다. 서동권 전안기부장과 정해창 전청와대비서실장등 측근들이 지난 25일께 조기 대국민사과를 건의한 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인사들은 마지막까지 여권핵심부와의 직접협상을 주장했으나 노씨는 결국 26일 밤 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고 보고 조기 대국민사과를 하기로 최종결정,측근들에게 문안작성을 지시했다. 대국민사과문초안은 발표직전 그와 아들 재헌씨가 일부 가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노씨가 조기에 대국민사과를 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극도로 악화된 비난여론과 철저한 수사원칙을 고수한 여권의 강경자세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권은 더이상 대국민사과와 비자금전모공개를 늦출 경우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최후통첩을 통해 조기 대국민사과를 이끌어낸 것이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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