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지낸 사실이 창피하다” 허탈·분노/“인간적 정때문에” 2∼3명만 수습 도와노태우전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발표를 지켜본 「연희동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노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6공의 핵심세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던 「연희동 사람들」은 착잡함과 허탈함에 빠져있다.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래선지 대국민 사과문이 발표된 27일 노씨의 연희동자택에는 내방객 하나없이 종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연희동 사람들」은 비자금 조성규모가 5천억원이고 현재 잔고가 1천7백억원에 달한다는 노씨의 「자백」에 하나같이 고개를 떨궜다. 노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A씨는 『설마하며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나 이렇게 엄청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핵심측근이며 6공의 실력자였던 B씨는 광화문사무실에서 TV로 기자회견을 지켜본뒤 말없이 외출했고, C씨는 『제사에 간다』며 낙향했다.
한때 측근이었던 국회의원 D씨는『이 정도라면 떡값이 아니라 뇌물』이라면서 『노씨를 사법처리 한다해도 여권내부에는 추호의 동요가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6공출범에 공헌한 국회의원 E씨는 『노씨의 측근이었다는 사실이 창피할 뿐』이라고 입을 다물었다. 핵심측근이었던 F씨는 『퇴임후까지 그렇게 많은 비자금을 남겼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악몽을 꾸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5·6공때 노씨와 인연을 맺었던 민정계 의원들의 배신감도 측근인사들 못지 않다. 6공출범의 1등공신이었던 유력인사 G씨는 『이렇게까지 부도덕한 사람인줄은 몰랐다』고 허탈해했고, 또다른 유력인사 H씨는 『비자금 조성액수가 이 정도일줄은 정말 몰랐다』고 비분강개했다. 정치권에 남아있는 친인척들 조차 공개적으로 노씨를 비난하고 있다.
노씨의 비자금 내막이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측근들은 이미 하나둘씩 연희동캠프를 떠나고 있다. 비자금을 관리해온 이현우 전경호실장은 검찰에서 모든 책임을 노씨에게 돌린뒤 연희동을 찾지않고 있다. 6공시절 청와대 가족회의에도 참석할만큼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이원조 전의원은 사건발생후 연희동자택을 떠나 잠적했다. 현재 2∼3명의 인사들만이 「인간적 정리」때문에 노씨주변에 남아 수습을 돕고있다. 노씨의 비리드라마는 믿고 따르던 사람들조차 멀어진채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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