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자금 사전인지」곳곳 정황증거/노씨 비자금 파문­정부 몰랐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자금 사전인지」곳곳 정황증거/노씨 비자금 파문­정부 몰랐을까

입력
1995.10.28 00:00
0 0

◎미실명 고액자금 누가봐도 의심/2년여 방치 이미 당국감시설도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를 정부는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답변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원 국세청 은행감독원 검찰등은 비자금파문때마다 한결같이 『6공비자금은 조사한 적도, 따라서 밝혀낸 것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나아가 『설과 의혹만으론 조사할 의향도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금융계나 관가주변의 관측은 다르다. 정부는 이미 비자금 실체에 상당부분 근접했고 심지어 구체적 액수와 은닉처까지 파악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사실 이같은 「정부의 사전인지설」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당국이 노씨 비자금을 조사했다면 시기적으로 두번의 기회가 있었을 것같다. 우선 현정부 출범후 대대적 사정기였던 93년초반에서 중반사이, 구체적으론 동화은행 비자금수사 때이다. 수사대상에 올랐던 이원조 전의원 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 이용만 전재무부장관등 6공 경제파워그룹들의 면면을 보면 수사가 단지 「동화은행 뇌물수수사건」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비자금조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두번째 시기는 금융실명제 직후인 93년 하반기. 한 금융계 인사는 『수백억원대 고액예금자는 개별점포 아닌 본점차원에서 주시한다. 더구나 실명전환도 하지 않은 가차명 고액계좌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비밀보장원칙에도 불구, 의혹짙은 「거액실명전환 거부자」의 파일이 당국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6일 밝혀진 동아투금 2백48억원 차명계좌는 정부의 비자금 사전인지확률을 더욱 높여주는 부분이다. 재경원에 의하면 전국 15개 투금사의 실명미전환 계좌총액은 6월말 현재 2백98억원으로 동아투금을 뺀 나머지 14개 투금사는 총 50억원에 불과하다. 즉 실명미전환예금(대부분 차명예금)액이 다른 투금사엔 평균 3억∼4억원에 불과한데 유독 동아투금만 2백48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계좌명의인은 이 회사의 현직임원들(감사 상무)이다. 금융권 실명전환실적을 정기적으로 집계하는 당국이 「누가 봐도 의아해 할만한 동아투금의 2백48억원 차명계좌」를 못봤을리 없고 궁금해서라도 내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퇴임후 2년반, 실명제후 2년여동안 노씨가 비자금계좌를 방치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 은행관계자는 『수천억원대의 계좌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관리했다는 점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실명제는 차명거래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방지책도 제재수단도 없어 「큰손」들은 차명거래를 통해 지금도 실명제그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맘만 먹으면 노씨로선 신한은행 동아투금등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별 어려움없이 실명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포기할 만큼 적은 액수도 아니고 실명제 탈출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2년이상 계좌를 방치했다는 것은 말 못할 이유, 즉 이미 당국의 감시권안에 놓여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성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