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정치행태 청산돼야”금요일 아침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로 시작한 노태우 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진실로 돌팔매를 맞으려는」자세가 아니었다는게 대다수 국민의 반응이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온통 붙잡아맨 전직대통령의 사과는 「무릎 꿇어 깊이 사죄드립니다」로 끝을 맺었으나 그를 용서할 수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참담한 심정으로 TV를 끈 국민의 이목은 「이제부터」에 쏠렸다.
대국민사과발표에 상관없이 드러난 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사법처리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 불행한 대통령과 후진적인 정치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게 보통국민의 감정이었다.
노씨의 대국민사과가 발표된 27일 직장과 가정, 역과 터미널등에서 국민은 긴장속에 TV를 시청했다. 거리에는 교통량과 행인이 줄어드는등 노씨의 대국민사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눈물이 글썽한 전직대통령의 사과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한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어떠한 처벌도, 어떠한 돌팔매도 감수하겠다는 말에 연민의 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진정한 사죄의지와 범법행위에 대한 자각, 그리고 진상규명의 자세가 부족한 사과였다는게 일반적인 느낌이었다.
특히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치자금」으로 표현하면서 『이는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불가피한 오랜 관행이었다』는 변명은 감언이설에 불과하며 또 한번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천문학적인 5천억원에 달하는 돈의 조성 경위와 쓰임새에 대해 밝히지 않은 점, 『남은 1천7백억원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쓰려했으나 기회를 놓쳤다』는 말에 배반감은 더욱 컸다.
남았다는 돈 1천7백억원도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것과 거의 일치해 『어디 이것 뿐이겠느냐』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고 정치권과 사전협의를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주부 정혜숙(37·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씨는 『노씨의 말에는 배반감, 5천억원이라는 비자금액수에는 상실감, 우리 정치수준에는 자괴감이 들어 종일 심란했다』며 『다시는 전직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보지 않도록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봉합하지 말고 모든 정치인과 기업인이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희정·조철환 기자>박희정·조철환>
◎“노씨 구속수사 하라”/시민단체들 성명
노태우 전대통령이 27일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노씨의 구속수사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경실련=대국민사과를 하면서도 「통치자금」 「오랜 관행」등을 운운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 반성의 기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사법처리해야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노씨의 사과성명은 진실된 사죄가 아니며 항간의 소문이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검찰은 노씨를 구속수사해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환경운동연합=노씨 기자회견은 국민의 비판을 피해가려는 또 하나의 거짓말에 불과하다. 노씨를 즉각 구속수사해 정경유착의 오랜 관행을 뿌리뽑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노씨가 정치문화를 내세우며 비자금 조성의 불가피성을 운운한 것은 죄과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가 아니다. 국회는 금융실명제의 강화, 돈세탁방지법 제정, 정치자금법의 정비등 법과 제도적 정비를 단행해야 한다.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노씨의 성명은 변명으로 일관돼 있으며 사건의 조기 종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관행」으로 행해진 사안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노총=전직대통령의 도덕적 타락과 비리에 분노한다. 정부는 불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응당한 처벌로 실추된 국가위상과 손상된 국민정서를 치유해야 한다.
▲불교인권 위원회=노씨의 사과는 국민적 분노를 그냥 넘어가려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이 앞장서 노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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