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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핑크」/독신여성이 찾는 새 삶의 의미(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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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핑크」/독신여성이 찾는 새 삶의 의미(영화평)

입력
199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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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취향」 탈피… 페미니즘영화 새모습 보여페미니즘 영화에 대한 몇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남성에게 너무 적대적이며 여성 취향적이고 그래서 재미가 없다 등.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 독일 여성감독 도리스 되리의 「파니 핑크」는 작은 놀라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이다.

독일의 헬마 산더스 브람스 같은 페미니스트 영화 감독들이 주로 실험적, 혹은 모더니스트적인 형식 속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도리스 되리는 대중적인 코미디 형식을 빌려 여성과 남성의 관계나 여성의 성애를 다루어왔다. 그녀의 영화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곤 했다.

현실과 비현실, 비극과 희극을 마구 뒤섞어 놓은 이영화는 비서구적인 관객들에게는 기괴한 카니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서구의 젊은이에게는 오히려 매우 일상적인 삶의 단면으로 비칠 것이다. 동양의 선, 요가등에 심취하면서도 정신과 의사들을 찾고 과학적 편리함을 향유하면서도 신비체험을 믿던 이성은 늘 게이나 레스비언으로 밝혀지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삶을 의미있게 만들 것인가?

독신여성 파니 핑크(마리아 슈라더 분)는 여전히 사랑이 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4년전 어느날 애인이 떠나버린 후부터 혼자 살아온 파니는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영화의 원제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이다) 점쟁이 오르페오를 찾아간다.

흑인 오르페오는 게이이며 외계와의 조우를 믿는 주술사이다. 처음엔 오르페오가 파니를 이용하는 듯이 보였지만 이들의 관계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우정으로 발전한다. 파니가 연인으로 삼으려하는 로타르가 겉멋 들린 인간인데 비해 오르페오는 삶의 몇가지 비밀을 알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여성과 유색인종 게이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만남 혹은 사랑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셈이지만, 이 짧은 연대는 오르페오의 죽음으로 끝나고 영화의 끝부분에서 파니는 다시 사랑을 찾아 나선다.

스물아홉살 여성의 좌절과 희망을 엮어내고 있는 이 영화는 분명히 페미니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일 것이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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