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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명예(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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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명예(장명수 칼럼)

입력
199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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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갖는 소박한 의문은 한나라의 대통령직에 오른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그런 막대한 돈을 긁어 모았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명예보다 돈이 중요할 수 있느냐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민주국가의 대통령이란 인간이 오를수 있는 가장 영광스런 자리중의 하나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 다음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자란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감동적인 축제다. 국민은 자기가 뽑은 대통령이 그 직책을 일생일대의 영광으로 받아들여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통령이 그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 이외에 다른 욕심을 품고 있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노태우씨는 무리하게 탄생한 5공의 일원이었지만, 그 자신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고, 전두환씨가 백담사로 유배되는 과정을 누구보다도 뼈아프게 지켜본 사람이다. 그에게는 역사와 국민의 심판이 얼마나 무섭다는 사실을 깨우칠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쿠데타 세력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에 뽑혔다는 크나큰 명예를 깨닫지 못하고, 대통령이란 자리를 전리품처럼 활용했다. 대통령이란 그에게 돈과 권력을 장악하는 수단이었고, 그는 차츰 돈과 권력에 중독돼 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자리, 마지막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 왜 그처럼 돈에 집착했을까. 백담사를 보면서도 돈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돈이 있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그 영향력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이었을까. 자기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것도 아니고,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도 아니고, 사업을 일으켜 재벌이 될 것도 아닌데, 왜 그 많은 돈을 모았을까. 집권중에 막대한 돈을 빼돌리는 것은 독재자의 불안심리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는 과거를 불안해 하고 있던 걸까.

그는 대통령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림으로써 국민의 명예, 국가의 명예를 짓밟았다. 국민이 자랑스럽게 뽑아준 대통령이 돈을 긁어 모으기 위해 권력남용과 불법행위와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용서받을 수는 없다. 그가 국민앞에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법에 의한 처리를 자청함으로써 이제라도 법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면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보호수단이 아닌 채찍으로 삼아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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