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 한국인은 그렇게 빨리 잘 살게 되었는가』 몇해 전 미국에 갔을 때 이런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 두 번째 물어 왔을 때는 나름대로 정리해서 대답했다.『첫째는 한국인의 교육열이 매우 높아서 해방 후 우수한 노동력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인은 근면해서 상당히 일을 많이 한다. 셋째 우리는 성취욕이 유난해서 빨리빨리 목적을 이룬다. 넷째 장기집권 끝에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그때 『박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물었다면 『그는 권력에 집착했기 때문에 인권을 탄압했으며, 그후 군 출신 대통령들이 계속 등장하는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민주화에 역행했다』고 덧붙였을 것 같다.
18년을 집권한 박대통령이 시해되고 사실상 유신 시대가 끝난 날이 16년전 오늘이다. 마침 유신 시대를 정면으로 해부하는 드라마 「제4공화국」(MBC)과 「코리아 게이트」(SBS)가 전국의 화제가 되어 있다. 16년전 이 무렵에는 정권말기적 징후들이 서울과 부산 마산 등지에서 잇달아 돌출되고 있었다. 권력자는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는데, 박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욕된 죽음을 맞았다.
10·26 덕분에 권력자로 부상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시 야심적 행적이 그려지는 것도 이 드라마의 흥미를 높인다. 최근 거대규모의 비자금 조성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분노와 지탄을 받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녔던 권력의 뿌리도 10·26에 박혀 있다.
드라마는 대중정서에 큰 영향을 주는 일종의 평가행위이다. 특히 두 드라마는 여성과 함께 남성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 드라마이기 때문에 파장도 크다. 양TV는 이 드라마의 캐스팅과 방영일자 결정에서 추한 경쟁까지 벌이며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제 본격적 장도에 오른 이 드라마들은 엄정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부분까지 파헤치면서 역사의 진실을 알고자하는 시청자의 희망에 값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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