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 망령이 되살아났다. 지난 17일 임진강 자유의 다리 철책선에서 무장공비 1명을 사살한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발생한 부여 2인조 무장간첩사건은 아직도 무장간첩과 싸워야 하는 분단 한국의 아픔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군경과의 총격전 끝에 1명이 생포되고 1명은 추격중이라고 하지만 아군피해도 경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나 부상당해 아픔 또한 크다.지난번 임진강 부근에서 사살한 무장공비사건은 침투직전에 이를 저지했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이 그런대로 안도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 생포된 무장간첩은 지난 8월에 침투, 2개월동안 전국을 휩쓸고 다닌데다 후방에서 고정간첩과 접선해 대동월북하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특히 무장간첩이 남파된 8월은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쌀이 북한으로 가고 있을 때다. 그들은 우리의 선의에 무장간첩 파견이란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답례를 했다. 평화의 탈을 쓰고 뒤로는 적화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의 두 얼굴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또 한번 그 실체가 확인됐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그동안 우리는 환상속에 살아 왔다고 할 것이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사망한 후 금방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라도 하는 듯 들떠 있었다. 갖가지 대북유화정책이 잇따르는 속에 대북경계심도 엷어지고 무장공비나 간첩의 존재도 기억속에서 점차 흐려져 가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무장간첩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대응태세를 재점검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평화무드에 젖어 있을 때 또다른 간첩을 남파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60∼70년대 빈번했던 무장간첩 등을 연이어 남파하는 북한의 움직임은 심상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불안한 체제결속을 위해 남한과의 대립관계를 이용하려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북경) 쌀회담 결렬후 우성호송환을 거부하고 대남비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앞으로도 남한의 불안과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무장간첩 남파등을 통한 북한의 도발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국민의 협조는 물론 각 기관간의 공조체제 확립과 해안선 경비를 보다 강화해야 하겠다. 이번 부여 무장간첩사건도 공조체제가 초동단계에서부터 이뤄졌더라면 큰 희생을 치르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도 주위에 무장간첩이 숨어 있다는 경각심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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