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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민요 찾아주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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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민요 찾아주기 “첫걸음”

입력
199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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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외딴국교에 울려퍼진 우리소리/임석재옹 채록음반 감동의 전달식/장단·가사 귀에 익은듯 입모아 노래어린이들에게 우리 민요를 되찾아 주는 뜻깊은 작업이 한 작은 모임에 의해 시작됐다. 올해 3월 원로민속학자 임석재(93)옹의 민요음반집 「임석재 채록 한국구연민요」의 출반을 계기로 출범한 「우리민요살리기 모임」은 지난 23일 경남 남해의 한 국민학교에 이 음반을 전달했다.

전국의 어린이에게 잊혀진 우리 민요를 다시 들려주고 새롭게 꽃피우게 하기 위한 「민요찾아주기 운동」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날 경남 남해군 설천면 진목국교(교장 박헌오)에서 열린 음반전달식은 감동적이었다. 전교생이라고 해야 70여명에 불과한 조그만 이 시골 학교를 택한 이유부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임석재옹이 수집한 구전민요중 88곡을 수록한 이 음반집(5장)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린이가 부른 동요가 몇곡 수록돼 있다. 68년 당시 임옹과 함께 민요 조사작업을 했던 동국대박물관장 홍윤식 교수의 노력으로 최근 그 어린이가 누군지 알아내 바로 그 어린이의 모교를 찾아 간 것이다. 지금은 성장해 마을에서 정치망 어장을 경영하는 유동률(37)씨는 처음에는 옛날 일을 떠올리지 못하다 음반에서 자신이 부른 노래가 흘러나오자 곧 코흘리개 시절로 되돌아갔다.

민요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박헌오교장과 함께 도서실에 모여 서울손님을 맞이한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찬듯 했다. 유동률씨와 음반에 얽힌 사연,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동요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콩방아 찡어라 메뚜방아 찡어라…」 「핑기야 핑기야 마당 씰어라…」 전혀 모르는 노래였지만 그 장단과 가사가 귀에 익은 것처럼 하나 둘씩 따라불렀다.

박교장은 『지금은 들을 수 없어 아쉽지만 오래전에 여러분의 선배들이 불렀던 노래입니다』라고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면서 금방 따라부르는 제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 어머니의 삶의 내음이 생생하게 배어 있는 동요는 어린이들에게 오랜 친구처럼 다가가는 것 같았다. 음반을 증정한 홍윤식·임돈희(동국대) 최내옥(한양대)교수등은 『즐거워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라져 가는 우리 민요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뻐했다.

임석재옹의 제자등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민요살리기 모임」은 진목국교를 시작으로 전국의 각 학교에 민요음반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민요교육의 제도화를 위한 방법도 모색할 계획이다. 문의 260―3178<남해=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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