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이름이고 싶다”/자기과시형난 캡이야/어휘파괴형일루와/의사표현형××싫어/한글 사랑형셈틀아비/아리송형내리가즘컴퓨터가 생활화한 신세대들에게 PC통신용 ID는 또다른 이름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부모로부터 주어진 원래 이름과 달리 컴퓨터통신 ID에는 각자의 개성과 감각들이 다양하게 반영돼 있어 흥미롭다.
8자 이내로 작명이 제한된 PC통신용 ID는 컴퓨터문화에 익숙지 못했던 초기에는 영문자와 숫자를 사용한 죄수번호나 난수표 기호같은 무의미한 조합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무의미한 「이름」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freeman(자유인)」이니 「nuclear(핵)」니 「serious(심각한)」따위의 이미지 표현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담배이름 「THIS」, 미수사기관인 「FBI」와 같은 뭔지모르는 차명에다 「I LOVE YOU」같은 문장형도 등장하고 「wetlips(젖은 입술)」와 같이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야릇한 이름들도 있다.
기발한 ID는 당연히 눈길을 끌게 되므로 신세대들은 「튀는」 ID를 구상하느라 밤잠을 설치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ID를 먼저 선수치기 위해 치열한 등록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신세대의 번득이는 기지와 개성은 4자이내로 허용된 한글ID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세대에 따른 차이도 감지할수 있는데 예를 들어 10대들은 「은하사랑」, 「승연사랑」, 「태지 boys」, 「탁이준이」등 연예인의 이름을 딴 것이 두드러지게 많고 20대는 「나의사랑」·「너의사랑」, 「혜선사랑」(임종선)·「종선사랑」(심혜선)과 같은 커플ID가 특색을 이룬다.
「모래시계 세대」로 불리기도 하는 30대 사이에서는 「아침이슬」, 「한결같이」, 「늘푸른솔」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ID들이 많이 사용된다.
이밖에도 「김용환」, 「서도일」처럼 본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편집국장」, 「난캡이야」등의 자기과시형, 「종이뱅기」, 「일루와」같은 어휘파괴형, 「수학싫어」, 「같이하자」등의 의사표현형이 있는가하면 「셈틀아비」, 「깨끗우리」, 「보라미」등의 한글사랑형도 돋보인다.
주목을 끌기위해서 「무장공비」, 「칼부림」, 「마즐레」와 같이 과격한 이름도 드물지 않고 「구슬두개」, 「큰고추알」, 「내리가즘」과 같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리송한 ID들도 많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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