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반드시 순리로 푸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지금 전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의 해결수순은 노전대통령이 재임중 불법적으로 모은 돈의 전모를 낱낱이,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이 선결과제이고 다음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사법처리하는 일이다. 겨우 빙산의 일각만이 규명된 이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수습하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따라서 민자당이 제기한 본인의 해명·대국민사과·국가헌납·낙향이란 정치적 해법은 결코 순리가 아닌 것이다.이번 사건이 어떤 사건인가. 전직대통령인 노씨가 대통령의 직위와 권위를 내세워 검은 돈을 모은뒤 불법적으로 쓰고 또 감춰둠으로써 국민을 울리고 나라를 병들게 했으며 국기를 뿌리째 흔들리게 한 건국이래 최악의 부정사건이다. 이처럼 엄청난 사건을 이제는 믿기 어려운 노전대통령의 단순한 해명과 사과만으로 덮는다는 것은 나라의 기강확립면에서나 국민감정의 측면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같은 정치적 해법은 물론, 만의 하나 노전대통령측과 현정권과의 적당한 수준의 타협 역시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까지 검찰조사로 드러난 비자금 4백85억원도 큰 돈이지만 이것이 감춰둔 돈의 전부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을 비롯, 이원조 전은행감독원장등 혐의자들을 모두 조사해야 하고 노전대통령의 부인과 친인척 등의 관련 행적도 총체적 조사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또 자금용처의 경우 지난 대통령선거때 여야후보나 정당에 건네준 돈의 내역도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
이번 비자금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쓰라린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재임시절 보통사람의 솔직한 말을 믿어달라고 그토록 되뇌었던 노전대통령이 재임중 부정한 돈을 모아 퇴임후까지 감추어 왔다는 배신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사람이 결코 될 수 없었던 노전대통령은 「순수한 보통사람」인 국민만 기만한 것이다.
물론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으로서야 이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의 갖가지 부작용을 우려, 조기에 수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해법의 때가 아니며 오히려 검찰을 도와 철저한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그런점에서 여당은 노전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내막을 진솔하게 밝히도록 권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국민은 비자금이 밝혀진 뒤에도 노전대통령이 일절 사과도 않고 있고 검찰수사가 매듭된 후에나 해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분노를 더하고 있다. 노전대통령 자신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진실고백과 사과도 실기하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며 한낱 변명으로 비쳐지게 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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