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업무 인맥 물갈이·축소에 초점/“우선은 불똥피하자” 각종 계획 늦춰재계가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외풍에 시달리지 않는 경영전략 수립을 모색중이다. 이번 비자금사건의 불똥이 재계로 튈 경우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주요그룹들은 사장단인사를 미루고 주요사업 추진을 늦추는등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던 과거의 관행을 벗기 위한 새로운 경영방향을 찾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단기전략을 추진하면서 내심 이 기회에 새로운 여건에 맞는 경영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사람도 갈고 영업행태도 달리한다는 중장기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그룹들은 검찰의 노전대통령 비자금수사추이를 봐가며 주요 현안들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그룹의 총수들은 해외출장일정을 조정해 귀국시기를 다소 늦추고 해외에서 대대적으로 치르기로 했던 임원진들의 현지세미나계획도 대폭 축소했다. 당초 이달말이나 내달초 사장단인사를 마무리짓고 내년을 대비키로 했던 그룹들은 이 계획을 미뤘다. 모그룹 고위관계자는 『사장단인사가 검찰의 수사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노전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확산되는지를 지켜본 뒤 인사를 비롯한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달말로 계획했던 민자당 수뇌부와의 간담회를 연기했다. 노전대통령 비자금파문의 와중에 재계와 여당간 모임을 가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재계는 그러나 노전대통령 비자금수사가 재계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보듯 뻔한 혼란을 정부가 자초한다면 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의지와도 맞지 않다』며 정부가 비자금파장으로 경제 전체를 멍들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와 같이 정치권에 기대어 경영하는 구습을 버리지 않는한 악순환은 연속된다. 이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과감한 변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그룹들이 계획하고 있는 과거청산작업은 대관업무를 맡아왔던 인맥의 교체와 축소에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임원진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은 재계에 여러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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