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불우청소년 야학운영 20년 박학선씨/무허판자촌 자녀 중·고과정 개설 “인간 상록수”사회가 혼탁해지고 나서기 좋아하는 세상에서도 우리주변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7회 서울시민대상 대상수상자로 선정된 박학선(57·한국의류총판 대표·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163의6)씨는 불우청소년들에게 인자한 교장선생님이자 이웃에게는 따뜻한 아저씨다.
박씨는 30대초반이던 70년대 야간학교를 만들어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다.
박씨는 지난76년 3월5일 이문동 중랑천주변 무허가판자촌에 사는 생활보호대상자등 영세민과 극빈자 자녀들을 위해 이문1동 동사무소2층에 중학교 과정의 야간 상록중학교를 개설했다.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나서야만 하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을 통한 새 삶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상록수란 이름처럼 박씨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잃지말고 꿋꿋이 살아라』고 격려하는 생활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박씨가 그동안 불우이웃들을 위해 쏟은 비용은 10여억원. 그러나 『알게모르게 옆에서 도와준 이웃과 친지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학교운영이 가능했다』며 박씨는 공을 이웃들에게 돌린다.
박씨는 상록중학교에 이어 85년 9월 고교 과정의 야간 상록고등학교를 개교해 지금까지 모두 2,152명이 상록중·고교를 거쳐갔다.
89년 휘경동 회기전철역앞으로 이전한 상록중·고교는 현재 중학생 85명, 고등학생 67명등 152명이 주경야독 하고 있고, 36명의 자원봉사 교사 들이 동참하고 있다. 박씨에게는 소중하고 보람된 기억이 많다. 5년전 눈오는 겨울밤 중풍을 앓는 홀어머니와 4명의 어린동생을 둔 구두닦이 소년가장이 힘겨운 처지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 이 소년은 생명을 건진후 상록학교 학생이 됐으며 후에 『상록학교가 아니었다면 어두운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사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박씨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보람을 느꼈다. 지난 92년에는 간암으로 숨진 동네 방범대원 윤모씨 상가에 갔다가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고2·중2년생 두 자녀들이 고교를 졸업할수 있도록 학비등을 지원해 주었다. 박씨는 야간학교외에도 불우노인들을 돕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경기 용인의 가난한 농부의 8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어릴때부터 정이 많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움을 주고 싶어했었다』며 『앞으로도 조그만한 도움이 있으면 새로운 삶을 살수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민대상을 받을만한 일을 하지 못한것같다고 겸손해하는 박씨는 『핵가족시대에서 자기 자녀만 귀히 여기는 부모들이 주위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따뜻한 눈과 마음으로 보살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임종명 기자>임종명>
◎본상/가톨릭의대 교수 김부성씨/「사랑의 일기장」 보급·의료봉사 인술 20년
의술은 인술이라고 한다. 서울시민대상 본상의 영예를 안은 가톨릭대 의대교수이자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무원장인 김부성(60)씨는 이같은 정의에 꼭맞는 의료인이다.
간질환의 권위자로 모교인 가톨릭의대에서 20여년째 명강의를 하고있는 김교수는 90년초부터 인간성회복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김교수는 90년 10월 각계 60여명으로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를 구성, 「사랑의 일기장 보급운동」 「남북혈액교환사업」 「사랑의 편지함보급운동」 「살신성인 명예의전당 건립운동」 「무의촌의료봉사」등 각종 활동을 주도해왔다. 다음 세대 주인공인 어린이들의 인성보호가 인간성상실을 치유할수 있는 처방이라는 판단에서 시작한 「사랑의 일기장」보급은 91년 5월 충남 예산군의 조그만 산골학교인 조림국교 어린이들을 시작으로 현재 198만 어린이로 확대됐다. 사랑의 일기장은 어린이 인성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겨레의 소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북한의학협회와 합동으로 남북혈액교환운동을 시도했으며 한국일보사와 함께 이웃과 사회를 위해 목숨을 던진 의사자들을 발굴하는 살신성인의 전당건립사업에도 적극 나서 80여명의 이름없는 의사자를 찾아냈다. 김교수가 주도하고있는 인추협은 5년째 운동의 순수성을 유지키위해 외부지원을 받지않는 단체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교수는 『서울시민들에게 직접 봉사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이같이 큰 상을 받게돼 쑥스럽다』며 『특히 사랑의 일기장보급운동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국민운동차원으로 승화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영섭 기자>이영섭>
◎본상/탤런트 정동남씨/삼풍·성수대교 등 참사때마다 자원봉사
서울시민대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탤런트 정동남(41·서울 용산구 후암동 43의10)씨는 본업보다 가외의 일로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등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고현장에 어김없이 자원봉사대원으로 참가, 활약을 했다. 정씨의 인명구조활동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지난 72년 대천해수욕장 여름해양경찰서 민간인 구조대원으로 처음 인명구조활동을 시작한 이래 그가 살려낸 사람이 5백명을 넘는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는 사고당일 우연히 서울지법에 친지를 만나러 갔다 현장을 목격, 이때부터 13일간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콘크리트 바닥밑에서 30여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정씨의 사회봉사활동은 동생의 불행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난 69년 중학교 3년생이던 동생 동성씨가 한강에서 수영중 익사한 사고를 계기로 스킨 스쿠버를 배우고 UDT특수교육도 받았다.
지난 75년부터 한강일대 자연보호활동을 시작했을만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방송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자연보호자원봉사단이나 해병전우회원들과 함께 한강변이나 호수를 찾아 쓰레기를 수거하고 폐수감시활동도 벌인다. 환경부로부터는 명예환경지도관으로 임명됐다.
탤런트생활에다 여러가지 활동을 하느라 1년에 3분의 2이상은 집을 비워 부인 정연숙(40)씨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는 정씨는 『사회봉사에 헌신적인 사람도 많은데 수신제가도 못한 사람이 너무 큰상을 받았다』고 겸손해한다. 정씨는 현재 KBS 드라마 「바람의 아들」등에 출연중이다.<정진황 기자>정진황>
◎장려상 김봉현씨/고아·행려병자·장애인의 헌신적 대부로
빈농의 아들로 고학으로 사범대를 졸업한 김봉현(61·서울 은평구 응암동 579의 34)씨는 안정된 교직을 뒤로하고 17년째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 김씨의 공식직함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테레사의 집 시설장.
목포사범대 졸업후 15년째 국교 교사로 재직하던중 자신의 어린시절처럼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교사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현재의 테레사의 집 운영자 파레몬드신부를 만나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원생 20명외에도 돌보는 사람없이 버려진 지체장애인 3명·노약자 3명을 데려와 이들의 손발이 되어 보살펴주고 있다. 떠돌이 행려병자를 보호하는 일도 김씨의 몫이다. 93년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11시면 서울역앞 지하도에 어김없이 나가 지금까지 2만9,600명의 부랑인들을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애로사항을 들어 고양시 화전동 부랑인 수용소로 보내 새 생활을 할 수있게 했다.
바쁜 일과속에서도 김씨는 응암동 번영회장과 라이온스클럽 총무를 맡는등 지역사회발전을 위해서도 헌신적이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6백인」의 한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김진각 기자>김진각>
◎장려상 강경자씨/무의탁 여학생 뒷바라지 결혼도 포기
강경자(33·여)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105의 89 「김효주 아네스의 집」20명 가족들의 어머니다. 강씨는 결혼도 포기한채 86년부터 10년째 40평 남짓한 이 집에서 결손가정출신이나 교통사고등으로 부모를 잃은 초중고 여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지금까지 이 집에서 고교까지 마치고 사회에 진출, 취업하거나 결혼한 사람이 50여명에 이른다. 지금도 국교 여자어린이 9명등 모두 20명이 강씨의 보살핌아래 꿋꿋이 살고있다.
강씨는 매일 상오5시 학생들을 잠에서 깨워 집에서 멀지않은 화곡본동 천주교회로 데리고가 새벽미사를 본 후 아침을 먹이고 도시락과 준비물을 챙겨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아세례를 받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강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고교를 졸업하고 81년 은평구 응암동의 결손아동 거처인 「데레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5년후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천주교 병인박해때 순교한 성녀 김효주의 이름을 따 「김효주 아네스의 집」을 설립했다.
그러나 천주교 수원교구 명의로 돼있는 아네스집을 교구사정으로 조만간 비워주어야 할 형편이어서 큰 걱정이다. 어린 여학생들과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강씨에게는 제일 소중하다.<황양준 기자>황양준>
◎장려상 이택기씨/예절학교 운영 10년째… 노령잊고 온 열정
서울시민대상 장려상을 받게 된 이택기(76)씨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에서 「훈장선생님」으로 통한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 「도림 예절학교」를 운영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주부들에게 한자와 예절등을 가르치는가 하면 출근길 교통정리와 마을청소, 노인회운영등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인심이 각박한 서울이라지만 마을에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때마다 팔을 걷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새 집을 지으면 상량보에 덕문까지 직접 써준다.
황해도 금천출신인 이옹은 해방후 영등포구청에 지방주사로 들어가 동사무장등을 거쳐 계장으로 퇴직할때까지 27년간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후엔 가내양말공장 철공소등을 운영했고 칠순을 넘기면서 『제2의 고향인 영등포에서 후세들을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85년부터 예절학교를 냈다.
『청소년선도에는 근본부터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에 예절학교를 운영하게됐다』는 이옹은 지난 8월엔 지금까지의 강의내용과 사례들을 모아 「전통예절」이라는 262쪽짜리 교육용 책자도 발간했다.
◎심사소감/“상 못받는 많은 훌륭한 시민들에 송구”/최근덕씨 성균관장
올해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돼 우리 손으로 직접 자치단체장을 선출한 뜻깊은 해였다. 이때문에 올해 일곱번째로 선정된 「모범시민」 여섯분은 정말 자랑스럽다. 서울시와 한국일보사가 공동주최하는 서울시민대상은 밝고 건전한 시민사회를 조성하고 사회발전에 공이 많은 분들을 발굴, 시상하는 것을 제정취지로 삼고 있다. 제7회 서울시민대상 후보는 8월22일부터 9월15일까지 25일간 접수해 서울시에서 추천한 54명과 한국일보사에 접수된 6명을 포함 모두 60명이 후보자로 추천됐다.
이 60명을 대상으로 11명의 심사위원(운영위원)이 9월22일부터 10일간 개별적으로 서면심사를 해 18명을 선정했다. 서면심사에서 통과된 18명을 놓고 실무진이 10월 4일부터 6일간 현장확인심사를 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 16일 최종심사에 들어갔다. 최종심사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참고해 심사위원 11명이 기명투표로 결정했다.
그결과 대상에 박학선씨, 본상에 정동남 김부성씨, 장려상에 김봉현 이택기 강경자씨등을 선정했다.
심사기준은 서울시민대상 제정취지와 부합되는 공적이 있는 사람으로 시민들에게 귀감이 될수있는 분을 선정하되 ▲봉사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서울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며 ▲사회·경제·신체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시민을 우선하고 ▲같은 공적이라면 훈·포장이상의 정부포상이 있는 사람과 일과성 공적자는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위의 여섯분을 뽑고난 심사위원들은 송구스러움과 안타까움으로 자책의 여운이 없지 않았다. 시민대상에 오르지못한 시민들중에 착하고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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