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증가해도 삶의질은 오히려 뒷걸음질/중도좌파학자 GDP모순 비판/가정생활·환경 등 요소도 추가/진정한 발전지표인 GPI 제시미국의 대표적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일반 국민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의 산출근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리디파이닝 프로그레스」는 최근 이같이 주장하며 GDP가 도외시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을 추가한 새로운 경제 사회지표인 「진정한 발전지표(GPI·GENUINE PROGRESS INDICATOR)」를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우선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총합인 GDP는 가정생활, 환경보호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개념들을 단지 수치화(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죄, 환경파괴, 레저감소, 가정과 지역활동위축등 경제 사회적 퇴보로 인한 비용을 설명해야 비로소 국민들의 실생활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GDP는 분명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연구진들은 현재의 GDP 산출근거로는 실생활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이같은 괴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국가가 응당 책임져야 할 범죄예방을 위해 연간 650억달러를 지출하지만 GDP는 이를 단지 안전관리회사의 소득증가로 해석한다. 공장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할 경우에도 정부는 이를 정화하는데 엄청난 돈을 지출해야하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늘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의 GDP 개념은 이같은 비용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또 과거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위해 부업을 갖거나 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는 곧 레저와 교육기회등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들은 탁아비용으로 연간 40억달러를 지출해야 하지만 GDP개념으로 보면 이 역시 소득증가일 뿐이다.
갈수록 늘고 있는 이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변호사들은 매년 이혼소송으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데,이는 GDP의 증가로 나타난다. 그러나 당사자인 국민들이 이혼후 부담해야 하는 자녀양육비, 주택구입비등 막대한 추가비용은 GDP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연구진들은 또 자녀와 노인보호, 집수리, 이웃사회에 대한 봉사등 인간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활동이 수치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GDP산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GPI 개념으로 보면 미국 경제는 50년대초이후 70년대초까지는 상승곡선을 구가했지만 그 이후로는 무려 45%나 퇴보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미국의 GDP는 증가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점점 왜소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GPI 개념이 완전한 이론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시행착오를 겪어야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기존 경제학자들 역시 GDP가 여전히 경제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단지 계산가능한 재화와 용역의 생산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GDP를 늘리는 것이 더이상 미국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이들의 결론은 미국 사회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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