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권위축 모처럼 활기 “찬물”/대출조건 악화·부도행진 가속 가능성노태우 전 대통령의 4,000억원 비자금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던 대기업과 금융권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후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총수들에게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당부한 이후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결제를 확대하고 기술지원을 강화키로 하는등 대대적인 중소기업육성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파장으로 상당수 대기업들이 세무조사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는등 당장 「발등에 불 끄기」에 바쁜 상황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들은 정치권―사정당국―대기업들간의 신경전으로 지원책이 축소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모그룹은 오는 11월초부터 협력중소기업들에 대해 기술세미나와 현장지도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시행을 보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이번 파문으로 금융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의 중소기업지원 분위기에 힘입어 서류를 간소화하고 신용대출을 늘리는등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은행들이 비자금설이 불거지면서 앞으로 다시 예전처럼 경색된 분위기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20여년동안 J은행과 거래해온 인천 P화학의 김모(50)사장은 『은행과 거래한 지 처음으로 지난달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1억원을 빌려 중소기업지원책을 실감했다』며 『그러나 며칠전 추가로 5,000만원을 대출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보니 담보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협동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올들어 부도처리된 업체는 8월말현재 9,162개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6,911개사보다 32.6%나 증가했다.
기협의 관계자는 『현재 9월이후 부도난 업체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미 1,000개사 이상이 추가로 부도난 것으로 비공식집계됐다』며 비자금파문으로 대출조건이 더욱 악화, 부도행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자부품업체인 (주)대아리드선의 황성박(45)사장은 『전자관련업종은 중소기업중에서도 가장 호황을 누리는 분야에 속하는데도 최근 주변에서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파장이 중소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