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근무한 회사 문닫자 직접 인수/정부 중고활용정책 힘입어 고속성장/필리핀까지 수출… 가족적경영 “화제”조지아주의 조그만 도시 어거스타에는 유독 고장난 군용트럭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를 분해해 새차로 만드는 미국 최대규모의 중고군용트럭 조립업체인 CMS(COMMERCIAL & MILITARY SYSTEM)사가 있기 때문이다. CMS사는 최근 미 정부가 국방예산 삭감으로 새차보다는 중고차를 보수해 사용한다는 중고활용정책을 수립한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 소유주인 유진철(42)씨는 93년말 CMS사를 인수, 94년 2,0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무려 40배가 넘는 8억3,000만달러의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종업원도 현재 120명에서 연말안에 100여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다.
CMS사는 사실 유씨가 극동담당 판매매니저로 10여년을 근무했던 회사다. 93년말 당시 모기업이었던 커밍스사가 갑자기 이 회사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는 이를 인수할 기업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중 한 곳이 경쟁업체로 꼽혀온 한국 방위산업체인 모자동차회사였으나 대답은 「노」였다.
동료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며 고국길에 올랐던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차라리 자신이 인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재력은 딸렸지만 한국인 특유의 오기로 커밍스사에 매달렸다. CMS사의 처분이 불가피했던 커밍스사도 그의 조건을 대폭수용, 헐값에 이를 인계했다. 출발부터 운이 따른 셈이다.
유씨의 현 직책은 비서일뿐 사장은 부인 박흥옥(38)씨가 맡고 있다. 14세때 이민와 미국생활이 몸에 배일만도 했지만 10여년 모신 상사들을 제치고 덥석 사장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미국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한달에 한번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CMS사는 노조가 없기로도 유명하다.
가정주부였던 아내의 변신도 놀라왔다. 회사내의 폐단을 조목조목 따져 고쳐나가는 것은 물론 간부회의에서도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올초 회사를 방문한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도 사내 분위기가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CMS사는 현재 멕시코를 비롯, 콜롬비아 필리핀 브라질 군부대에 조립트럭을 납품하고 있으며 조만간 8억달러짜리 미 해병 프로젝트도 따낼 전망이다.
유씨는 그러나 가끔씩 소수민족인 한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한다. 워싱턴 정계에 아는 인사가 드물어 줄을 대려면 사설 에이전트를 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타민족 경쟁업체들의 로비활동과 견주면 괜시리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인이 경영하는 세계최고의 방위산업체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들 역경을 헤쳐나가고 있다.<시카고 지사="이재일" 기자>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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