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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금」은 불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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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금」은 불법(사설)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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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전대통령이 재임중 불법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조성했음이 확인되면서 소위 「통치자금」이란 말이 불쑥 제기됐다. 그 자금을 관리했던 이현우 전경호실장이 『신한은행에 예치된 3백억원은 통치자금으로 쓰다가 남은 돈』이라며 마치 합법적인 돈인듯 아무런 가책없이 얘기하는데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대통령이 재임중 불법적으로 조성한 부정한 돈을 「통치자금」이라하고 또 그런 행태를 「관례」라고 하면 아무런 책임도 문제도 없다는 것인가.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 각계각층에 「금일봉」이란 이름으로 위로금, 격려금, 하사금도 보내야 하고 집권당총재로서 각종 선거때면 거액의 정치자금을 마련하여 당과 후보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의무처럼 되어 왔다. 심지어는 야권 회유용으로도 막대한 돈이 뿌려졌다. 이런 자금은 한두푼이 아니기 때문에 재벌기업에서 때로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손을 벌려 모금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이권과 특혜를 주는 이른바 먹이사슬의 정경유착이 빚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병증에서도 암적인 정치부패는 수십년간 면면히 지속되어 온 검은 돈과 특혜와의 교환으로 더욱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5·16이후 역대 집권자들이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검은 돈을 거둬들였고 실세 측근들 역시 엄청난 떡고물을 수백억원씩 챙겼음은 모두 알려진대로다.

이렇게 모은 돈은 두말할 것 없이 불법자금이다. 이런 부정한 자금을 선거지원자금이나 격려금 하사금으로 쓰면서 「통치자금」운운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가장 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 스스로가 위법행위를 한 셈이다. 이같은 탈법행위를 거창하게 「통치자금에 의한 통치행위」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설사 부정한 정치자금을 만의 하나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정치자금법 2조의 정신대로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고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의 지출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노전대통령은 도대체 얼마를 거둬서 얼마를 썼는지, 또 어디에 비축했는지 함구한채 임기후에도 거액을 차명 예치시켰다는 것은 「엄청난 떡」 자체를 개인이 착복했다는 것밖에 안된다.

소위 그럴 듯한 「통치자금」이라는 것 때문에 3·4, 5·6공의 권부가 얼마나 부패했고 정치·경제 질서를 문란케 했으며 국가기강을 뒤흔들었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이제 대통령·청와대가 어떤 명목으로든 통치자금을 거둬들이는 일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번 경우 노전대통령의 검은 자금의 모든 것을 엄정하고 철저하게 규명함으로써 통치자금제도를 없애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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