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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에서 「노태우 비자금」까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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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에서 「노태우 비자금」까지(장명수 칼럼)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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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충격적인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분노가 솟구치기도 하고, 비애를 느끼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해 지기도 하는 착잡한 감정이 요즘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10·26 16주년을 맞아 MBC와 SBS가 제작한 두편의 드라마 「제4 공화국」과 「코리아게이트」가 지난주 방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새삼스런 충격에 빠졌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 우리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날 궁정동 안가의 술자리에서 무슨 술을 마셨고, 어떤 노래를 불렀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그날 밤 이야기가 TV드라마로 재현되었을때 시청자들은 통증을 느꼈다. 사건현장의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면서 핏방울이 자기자신에게 튈 것 같은 공포, 저런 사람들이 20여년 동안 나라를 통치했다는 새삼스런 충격, 우리는 과연 그 시대로 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라는 의문…. 단지 흥미로 TV앞에 앉았던 많은 사람들은 공연히 뒤숭숭한 밤을 보냈다.

그 불길한 예감, 우리가 그 피비린내 나는 역사로부터 멀리 떠나지 못했다는 느낌은 적중하고 있다.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은 전두환 비자금 파문의 복제판이고, 10·26 문화의 변형된 반복이다. 무서운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는 권력을 가진자의 도덕적 불감증이 본질적인 변화없이 답습되고 있다. 전두환전대통령이 백담사로 가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자금 의혹이었는데, 그를 백담사로 보냈던 노전대통령 역시 같은 이유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다.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과연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 돈을 조성했는지는 대개 드러나 있다. 그가 돈을 모아온 방법은 서슬퍼런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전대통령을 성토하던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다. 재벌들의 정기적인 상납, 각종 이권에 대한 사례, 율곡사업등 무기거래에서의 커미션등이 일부는 사실로 밝혀졌고 일부는 끈질긴 의혹으로 남아 있다.

그가 전전대통령의 비극에 개의치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했다는 것은 진정한 변화, 슬로건이 아닌 의식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실감케 한다. 자기자신의 변화가 없는 개탄과 분노는 공허한 것이다. 「10·26」에서 「노태우 비자금」까지, 그 16년의 미미한 변화야말로 이번 파동이 던지는 최대의 경종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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