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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수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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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수난(사설)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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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태풍에 휘말려 있다. 문제의 비자금 4백85억원이 서소문지점의 차명계좌에 들어 있었던 신한은행은 은행장 등 관계자 몇 명이 비자금의 예치와 관련,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앞으로 비자금의 유입과 유출경로를 찾아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금추적을 벌이는 경우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여 곳이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보를 의정단상에서 경쟁적으로 터뜨려 관련 은행들이 부인겸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신용과 평판이 생명인 은행들은 국민의 원성이 담긴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은닉처로 비쳐질까봐 전전긍긍이다. 은행들은 자금추적 결과 실명제 등 현행법의 위반사례가 드러나는 경우의 대처문제도 심각한 걱정거리이지만 금융실명제 때문에 차명 등의 형태로 맡겨져 있는 큰 고객들의 큰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이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진력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권에 진입한 태풍이 어떻게 빠져나갈지 현단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다. 피해가 크든 작든 분명한 것은 은행 등 금융계가 언제까지나 이처럼 정치태풍 앞에 계속 노출되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하여 관계은행들의 법률적 도덕적 책임 문제는 사직당국과 사회의 가치관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금융계가 이런 엄청난 문제에 휘말려 불안과 위축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경제적 손실이다.

지금 우리 금융계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금융계는 세계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폐합, 조직 개편 및 개선, 업무첨단화 및 신상품 개발 등 경영개선을 혁신차원에서 전개해 가고 있다. 우리 은행들은 선진권 은행들과 국내외에서의 경쟁을 위해서는 혁명적 경영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금융 환경을 조망해 볼 때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혼이 나가 있는 우리 은행들의 위상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우리의 현행 정치행태, 권력구조, 금융체제 아래에서는 금융을 정경유착으로부터 차단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능한 것부터 개선해 가야겠다. 정부는 김영삼대통령이 공약했던 금융의 자율성을 가능한 한 확대, 정착되도록 가일층 노력해야겠다. 은행장 인선과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은행 임직원들 스스로도 독립을 위한 자구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실명제의 건실한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 관치금융이 하루 속히 소멸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력, 특히 집권 세력이 법과 질서를 지켜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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