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만 최소 2주∼3개월 걸려/“정치적 타협위한 속도조절” 비판도「노태우전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보유」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이미 내부적으로 노전대통령에 대해서 어떤 형식이든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수사진전상황과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며 구체적인 조사방법과 시기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이 「전직대통령의 사법처리」라는 전제가 걸린 사상최대의 사정수사라는 점을 고려해 노전대통령 조사여부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등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명선 대검차장은 24일 『앞으로 수사는 계좌추적에 집중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소강상태로 보아야 한다』며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계좌추적으로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고 안강민 중수부장도 『계좌추적에만 최소 2주∼3개월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의 이같은 언급은 수사가 장기화 태세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 또 계좌추적을 누누이 강조하는 검찰의 입장은 곧 노전대통령의 조사는 수사의 최종단계에서 이루어질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우선 신한은행에 입금됐던 4백85억원의 계좌추적을 통해 비자금의 모계좌와 비계좌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비자금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찾아내 비자금의 전체규모와 노전대통령에게 「거액」을 헌납한 기업체들을 확인, 노전대통령측이 「백기」를 들 정도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계좌추적―비계좌 색출―자금출처 추적―기업체 소환―물증확보―피의자 소환」수순을 밟아나갈 경우 노전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연말께나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검찰의 이같은 수사전략은 대형 특수수사의 원칙론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도중에 사안의 본질이 왜곡되거나 수사대상자에게 충분한 방어벽을 쌓을만한 여유를 주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자금추적을 통해 「돈줄」인 기업체들을 색출한다고 해도 사전에 「아무런 대가 없이 대통령에게 헌금했다」는 식으로 대응전략을 세운다면 당장 사법처리는 벽에 부딪칠 공산이 커진다.
수사 장기화 조짐과 관련, 이미 「검찰이 노전대통령측과 여권에 정치적 타협을 위한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표면적으로는 수사원칙을 강조하면서 내심으로는 노전대통령이 정치적 해법을 찾을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수사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검찰이 이태진 전청와대경호실경리과장의 신병확보에 미온적이었던데다 청와대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상업은행 효자동지점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들도 이같은 의심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이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 노전대통령 전격조사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할 경우 내년 봄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여권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고, 미온적 수사태도에 대한 비판여론도 예상되기 때문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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