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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도덕률” 세상(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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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도덕률” 세상(프리즘)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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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짜리 햄버거에 기름범벅 감자튀김을 먹어치우면서 음료수는 꼭 다이어트 콜라만을 찾는 미국인들을 보면 웃음을 참기 어렵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에는 면제되고 콜라에는 적용되는 다이어트처럼, 일관성없는 가치기준을 미국인들 스스로 선별적 도덕률(SELECTIVE MORALITY)이라고 부른다. 선별적 도덕률은 미국사회 전반에 폭넓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얼마전 쓰레기 재활용 20주년 기념식이 열리니 참석해 달라는 안내장을 동사무소로부터 받았다. 재활용을 제대로 안했다간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일반가정의 환경에 대한 인식은 진지하다. 하지만 몇발짝 떨어진 피자가게에 가보면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접시등 재생불가능한 일회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집에서는 재활용을 그렇게 강조하던 사람들이 밖에서는 다 쓰지도 않은 일회용품을 마구 버린다.

중앙난방식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한국사람들중에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겨울날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씨 68도(섭씨 18도)의 법정하한선 온도를 칼같이 맞춰주는 야박한 난방인심때문이다. 자기집을 가진 미국인들도 집안에서 스웨터를 입고 양말을 신고서 썰렁한 겨울을 나는게 보통이다. 석유파동이후로 당연시돼온 습관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이야기가 딴판이다. 집집마다 빌딩마다 아낌없이 틀어대는 에어컨덕에 화씨 1백도가 넘는 폭염을 나면서도 더위로 고생한 기억이 없다. 에너지절약이라는 도덕률이 여름다르고 겨울 다른 것이다.

「바잉 아메리카(BUYING AMERICA)」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른나라의 국산품 애호운동은 자유무역을 저해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나 자기네 국방예산은 대폭 깎으면서 타국에는 무기구입을 강요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선별적 도덕률이 확대, 변형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속에서 선별적 도덕률을 한가지씩 새롭게 발견할 때마다 번번히 미국사회에서 스스로의 이해도를 다시 평가하게 된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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