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 확산으로 민자당내 민정계가 당안팎으로 난감한 입장에 처해있다. 우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확인으로 구여권 전체에 대한 비난 여론의 부담을 크게지고있다. 또 당 내부적으로는 6공단절론의 대두등 심상치않은 상황전개로 당내 입지가 미묘해지고있다.민정계인사들은 이번 사태가 『계파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며 비자금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부인하고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수도있는 상황이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다.
민정계인사들은 일단 비자금문제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있다. 누구보다도 민정계의 실세중진인 김윤환 대표의 입장이 단호하다. 그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액수와 조성경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고있다. 그는 또 노전대통령측에 『이번에 다 털어놓고 매듭을 짓지않으면 두번 죽는 일이 벌어진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민정계의원들도 하나같이 노전대통령을 비난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개하는 민정계인사들도 적지않다.
민정계인사들의 이같은 반응은 노전대통령측과의 관계단절을 분명히 함으로써 구여권전체에 쏠리고있는 비난여론의 예봉을 비켜가기위한 자구책의 의미도 있는 것같다.
그러나 정작 민정계인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정계대개편설등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몰고올 정치적인 여파이다. 이와관련해 김윤환대표측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김대표는 취임이후 민주세력과 양심적인 개발세력의 연합을 통한 총선승리 및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구여권끌어안기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김대표의 이같은 구상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구여권인사들을 끌어들여 내년 총선에 내세우겠다는 계획의 실행이 불가능해졌다. 또 당내의 구여권인사들이 내년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크다. 민정계측인사들 가운데는 이번 사태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일정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강력히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민정계의 고민은 이런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사태를 수습해갈 입장이 못된다는데 있다. 5공청산과정에서 정치적 절충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대표측도 이번에는 『정치적 역할이 없다』며 낙담해하고있다. 그래서 비자금파문이 확대될 수록 민정계의 고민은 깊어지고있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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