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여불리 야 유리/봉합땐 민심이반,여 “가혹한 처벌” 공언/정치혐오 확산 물갈이 여론 힘 얻을수도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비자금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고있는 와중에서도 여야핵심부는 총선과 비자금사건의 함수관계를 면밀히 저울질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권이 불리하다. 우선 현 정권은 3당합당의 업보를 안고있어 6공의 「멍에」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여론은 『그 정권이 그 정권』이라는 냉소적인 방향으로 흐르고있으며 권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비자금설이 제기될 때마다 여권은 검찰조사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했기때문에 『YS정권이 여지껏 6공비리를 비호해왔다』는 비난도 나오고있다.
반면 야권은 폭로자, 공격자의 위치에서 여권을 압박하고있다. 야권은 6공비리의혹을 물고늘어지면서 상대적인 도덕성을 부각시키고있다. 특히 정국상황이 6공청산 쪽으로 기울게되면, 야권은 정국주도권을 잡고 이를 총선에서 활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여권에 악재, 야권에는 호재」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비자금사건의 폭발성, 돌발성이 정국을 예측하지못한 상황으로 몰고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 핵심인사들은 검찰수사의 추이를 주시하며 돌발변수나 상황반전의 가능성에 경계심을 늦추지않고 있다.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치자금문제는 럭비공이나 다름없다. 언제, 어떤 일들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비자금정국이 일단 가닥을 잡아가는 계기는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노전대통령의 처리문제가 정리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전대통령의 해명·사과가 미흡하고 수사결과도 봉합수준에 머문다면, 민심이 여권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총선참패는 명확해진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권도 이를 잘 알고있다. 김윤환대표, 강삼재(강삼재)총장등 민자당 당직자들이 수시로 『성역없는 수사』 『정공법으로 나간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도 여권의 긴박한 상황인식을 감지할 수 있다. 민주계 핵심인사들도 『총선에서 일대반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 가혹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공언하고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자금수수 거부」를 노전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과 대비시키는 「차별화」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더나아가 여권일각에서는 『6공 비자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면서 김대통령 김대중 김종필 두김씨의 과거 정치자금까지 노출시켜 국민심판을 받자』는 사실상의 정계개편론까지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 정치권에 떠돌아다니고있는 「그랜드플랜설」로 야당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이처럼 노전대통령 비자금파문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면, 그 여파가 내년 총선에 어떻게 미칠지, 여야중 누가 유리할지 판단하기가 쉽지않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세대교체, 물갈이 여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현실적으로 현 정권이 철저하게 6공과의 단절을 시도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때문에 여야 모두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있는 듯하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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