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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권력 돈으로 유지”/노씨 비자금 파문 「통치자금」용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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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권력 돈으로 유지”/노씨 비자금 파문 「통치자금」용처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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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각·군 대상… 선거땐 액수커져/특수관계 인사엔 수시로 「용돈」까지노태우전대통령측은 검찰수사 결과 드러난 거액의 비자금을 두고 「통치자금」이라 표현했다. 초법적인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쓰이는 돈이란 뜻이다. 사법적 판단에 미리 울타리를 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용어이다. 이현우 전경호실장은 『대통령이 쓰는 돈이 예산으로는 부족했다』며 이 자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뒷받침했던 엄청난 돈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3공에서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청와대는 물론 당과 내각, 군부등에 엄청난 돈을 뿌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돈은 불안정한 통치권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수단중 하나였다.

우선 대통령은 집권당의 총재로 당을 관리하기 위해 거액을 썼다. 5·6공때 대통령은 당운영비지원 명목으로 사무총장에게 매달 30억∼50억원을 내려보냈고 명절때등에 사무국직원들에게 별도로 격려금을 주었다. 또 의원들에게는 회기가 끝나거나 명절이 오면 1인당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대까지의 이른바 「오리발」을 지급했다. 한번 오리발을 주자면 수십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선거때가 가까워오면 중앙당은 물론 지구당위원장에게도 1인당 억대에 가까운 별도의 특별자금을 지원했다. 선거때 차등을 두긴 하지만 1인당 수억대의 선거자금이 또다시 내려간 것은 물론이다.

권력의 양대 지주인 군과 경찰에도 막대한 통치자금이 지원됐다. 군출신대통령들은 사단장들에게 매년 2천만원 이상의 격려금을 내려보냈다. 그리고 잦은 부대방문등을 통해 지휘관들에게 억대의 지원금을 따로 주었다는게 정설이다. 각군 참모총장과 주요 사령관들은 청와대 보고등의 경우 특별지원금을 받았다. 특히 하나회출신등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장성들은 수시로 용돈을 타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은연중 자랑해 부하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경찰 주요간부들에게도 수시로 격려금을 내려보냈고 대규모 시위진압등이 끝난뒤에는 별도의 위로금을 주었다.

대통령은 총리와 장관들에게도 매달 1천만원대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들은 정부가 주는 봉급외에 「대통령의 월급」을 따로 받았다.

대통령이 정치인을 포함한 주요인사를 면담할때 두툼한 돈봉투가 준비되었다는 것은 정가의 상식으로 돼 있다.

올해 청와대 예산은 비서실 경호실을 합쳐 모두 5백70억4천5백만원. 이 가운데 대통령이 격려비등으로 사용하는 돈은 사업비항목에 들어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설유지비 홍보비 책발간비용 만찬비용등이 포함돼 있어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직대통령의 청와대도 이와 다를바 없었을 것이다.

결국 「통치자금」은 왜곡된 통치행위와 맞물려 있었던 셈이다.<손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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