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에서 돈을 떼어내는 일은 도박꾼 손에서 화투장을 빼앗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권력은 이권을 쥐고 있고 이권에는 늘 돈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이나 양심에 이같은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부패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도록 정치권력을 항시 감시하는 체제를 제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정치인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신에 보도되는 각국의 사정을 보면 독재국가에서는 물론 발전된 민주제도를 통해 정치가 맑다고 하는 선진국에서도 갖가지 정치 스캔들로 거물 정치인들이 잇달아 몰락하고 있다. ◆벨기에 출신 빌리 클라스 나토사무총장은 그가 경제장관으로 재직할 때 외국업체들과 군사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꿀꺽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지난 20일 나토총장직을 사임했다. 「강력한 프랑스」재건에 열중하고 있는 프랑스의 시라크대통령과 알랭 쥐페총리도 특혜시비로 위기에 몰려 있다. ◆파리시장과 부시장으로 함께 재직할 당시 두사람 모두 공공주택임대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그들에 대한 혐의내용이다. 펠리페 곤살레스 스페인총리는 매제가 경영하는 건설회사에 관급공사를 주고 거액을 챙긴 혐의로 곤경에 빠져 있다. ◆또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는 총리재직 당시 자기소유의 기업그룹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대가로 관련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공통점은 이들이 하나같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전대통령은 지난번 서석재씨의 4천억원 비자금설 발설때 하와이로 출국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참는 나도 이제는 참을 수 없다』고 화를 냈던 것으로 보도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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